민우액션
[#후기]성평등×기후위기:에코페미니즘학교 4강 「이름보다 오래된」_ 문선희 작가와의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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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작성일
- 2024-07-29
- 조회 수
- 165 회
#이름보다오래된 #묻다 #문선희 #고라니 #광주여성민우회 #페미구구단 #소모임
@sunnybymoon https://sunnybymoon.modoo.at/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힘드셨겠어요”
“아 광주여서, 무등산 수박 마을에서 살고 있어요”
“네~~~~?????”
광주에 이런 멋진 작가님이?
당연히 아닐거라 생각하였다.
음.....
'고라니’와 닮은 문선희 작가님!
수줍게 사인을 받기 위해 모여든 팬과의 작은 사인회와 함께 북토크가 시작되었다.
“이름보다 오래된 책은 사진집의 형태로 구성하려고 하였어요”
그러나 많은 분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리고자 아주 조금의 텍스트를 넣었다.
아기 고라니 사진은 졸업앨범처럼, 어른 고라니는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과 같은 효과를 주었으며, 크기와 화질에 매우 신경을 썼다.
전시용 사진작품은 고라니가 관람객을 보도록(시선도 권력이라고 생각함), 서로 마주 보는 느낌을 고려하였으며, 화질과 크기에 신경을 썼다.
나(문선희 작가)의 이야기
나는 교사였다. 아이들도 너무 예쁘고 적성에도 맞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근무하는 고등학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학교 외부의 경험을 일찍하게 된 학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서로 나누게 되었다.
그러나 교사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매우 제한하는 학교 조직과의 갈등이 있었다.
내 나이 30살, 우물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어차피 우물안에 살아야 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우물에서 살겠다.’
‘이 세상의 부조리를 예술로 표현하는 작가가 되리라’ 선언을 하고 교사를 그만 두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무등산 자락이다.
어느날 집 근처 도로에 사슴이 갑자기 뛰어들었다.
얼굴을 마주쳤는데 무척이나 신비로웠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무언가 복잡해 보였다.
몇초 후 도로너머로 사라졌다. 그리고 몇 초 후, 개들이 지나갔다. ‘앗 쫒기고 있었구나’
동료 지인에게 말하니 “사슴? 노루 아니면 고라니일걸”
‘엇, 고라니랑 노루, 사슴이랑 어떻게 다를까?’
이름만 알고 그들의 얼굴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떤 단어를 알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나(우리)
그가 고라니인 것을 알게 되었다. ‘고라니’에 대한 자료를 찾으려니 없었다. 수컷은 사전에 나와 있는데, 암컷에 관한 자료는 별로 없었다. 내가 만난 그는 암컷 고라니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인에게 “내가 만난 그는 사슴이 아니라 고라니였어” 라고 말하자
“아 고라니, 그거 유해 동물이야”
‘아니, 지구에 인간보다 유해한 동물이 어디있다고’
‘우리가 유해동물을 지정하고 게다가 죽이기까지 한다고?
일제 강점기 수많은 동물들을 포식했고, 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며, 고라니 개체수가 많아졌다. 그런데 고라니가 유해동물이 된 것은 개체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농작물 피해 때문이란다.
쓸모없는 동물
그런데 고라니는 우리 고유종으로 희귀동물에 속한다.
고라니는 산밑에 살고 물을 좋아한다. 국토의 70%가 산이고 강도 있으니 대한민국은 고라니가 머무르기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고라니는 우리나라와 중국일부에만 살고 있으며(복원사업), 북한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있다.
’고라니랑 나랑 닮은 것 같다.‘
예술을 한다고 하니, 주변인들은 ‘쓸모없는 일’이라고 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쓸모란 곧 ‘돈’
예술가는 존재의 방식. 예술가로 존재하기로 나는 결심한다.
그래서 고라니를 만나기로 하였다. 그렇게 10년이 될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다.
고라니는 숨기로 결심하면 절대 만날 수 없다.
‘광주생태공원에 가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곳은 반생태적인 곳이었다.
원래 있던 산을 허물고, 나무를 베어버리고 인간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에 그리고 데크 때문에 길이 끊기고. 고라니가 더는 살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야생동물보호센터를 찾았다.
어린 고라니들은 나를 무서워 하기도 하고, 나에게 사랑을 원하는것도 같았다.
동물들이 인간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키가 커서라고 한다. 그래서 키를 낮춰서 다시 찾았다. 그랬더니 정면으로 고라니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앗, 모두가 얼굴이 다르다. 아, 당연히 얼굴이 다른데.
‘얼굴이 다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모두 얼굴이 다르다는 것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것.
그들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인 것.
생명의 의미와 무게에 대한 각성을 하였다. 그래서 작업의 방향을 바꿔, 고라니의 초상 사진으로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 즈음 충남에 국립생태원이 생겨 어른 고리니들을 만났다.
나는 그냥 그곳에 스며들기로 하였다.
그냥 어떤 인간동물이 그곳에 늘 있는. 같은 장소, 같은 보폭으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채 스며들다 보니, 고라니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고라니는 유해동물로 지정되어 3분에 한명꼴로 사냥을 당한다.
농작물 피해의 이유로
고라니로 인한 농작물 피해 일만오천원, 고라니 사냥 현상금 삼만원.
<관객과의 대화>
Q 다양한 고라니 중 작가님이 가장 애착이 가는 고라니는?
A 당연히 초코. 초코는 나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었어요.
Q 작업을 하면서 도망치고 싶었을때는?
A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무서웠던 것은 한 구조센터에 갔는데(그곳은 구조도 하고, 유해동물을 사냥하는 곳이기도 함)
어느날 트럭에 고라니 사체를 보게 되었다. 그때 너무 무서워서 주저 앉았다.
고라니 사진 작업이 10년이나 걸렸다. 중간에 ‘묻다’를 작업하며 여기저기 강연을 하러 다녔다. 어떤 기관(국회에 정책을 연구하는 박사님 대상)에 초대가 되고, ‘묻다’에 관해 이야기를 하였고, 그분들의 얼굴표정이 좋지 않았다. 강의가 끝난 후, 그들은 “진짜 몰랐어요” 였다.
인간에게는 폭력, 탐욕, 연민도 있을 것이다.
진짜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무지”라고 생각한다.
무지가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무기력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니?”
Q 제목이 「이름보다 오래된」 이유?
A 인간이 고라니의 이름을 짓기 전부터 그들은 존재했다는 것.
Q 독자에게 바라는 점은?
A 전시를 많이 하고 싶다. 우리지역(광주)에서. 그럴러면 <테그>가 많이 되어야 한다. 웃음^^
또한 댓글을 많이 달아주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무기력’함에 빠지지 않고, 같이 걷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