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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통신문 2024-1호] 2024년 광주여성민우회 신임이사 인터뷰 : 노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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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작성일
-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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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광주여성민우회 이사님 인터뷰 : 노고운 이사
희동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
희동 :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노고운 이사 : 저는 지금 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 조교수로 있고요. 저는 문화인류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는데 지금 제가 관심이 있는 주제를 간단하게 설명하기가 너무 힘드네요. 지금 쓰고 있는 논문 중 하나는 코로나 19 팬데믹 시대에서 미국의 아시아 혐오범죄 피해자 70퍼센트가 여성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유럽과 북미를 포함한 서구사회에서 아시아계 여성들이 인간 이하의 존재로 여겨져 온 일련의 역사가 팬데믹 시대에 어떻게 아시아계 여성을 향한 혐오 범죄로 등장했는가예요. 아시아인을 타겟으로 하는 혐오범죄뿐 아니라 인종과 섹슈얼리티, 젠더 등에 따른 혐오 범죄는 계속 있어왔지만 그것이 어떻게 특정한 형태로 응집되어져서 아시아계 여성에게 집중되어져서 표현이 되었는가를 분석하고 있어요. 현재 한국에서는 제노포비아를 문화적 차이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혐오로 표현된 것이라고 단순화 시켜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사실 제노포비아는 그렇게 단순하게 “내게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함이야”라고만 이야기하기에는 굉장히 뿌리 깊게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이거든요. 저는 여기에 생물종 차별까지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제 관심은 똑같은 사회문화 현상이더라도 그것이 어떻게 인간중심주의적인지, 문화인류학에서 다루는 인종차별, 계급차별, 성차별에서 확장해서 종차별까지 더해 포스트휴머니즘적인 분석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포스트휴머니즘적 분석을 할 수 있는 연구주제를 찾아서 연구하고 있어요. 또 다른 연구 주제로는 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어떻게 바이러스나 야생동물이 혐오해도 되는 존재, 우리에게 질병을 주는 나쁜 존재로만 생각되는지에 대해서 분석하는 것이에요. 저는 다종민족지라는 이론을 적용해서 이런 문화현상들을 해석하는데, 다종민족지는 어떤 생물의 몸이라도 하나의 생물종만으로는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거든요. 우리 몸에 엄청나게 많은 바이러스와 균이 들어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우리가 면역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고, 더 넓게는 인간이라는 생물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다른 여러 종류의 생물들이 함께 공생해야한다는 이론이에요. 코로나19 시대에 인간에게 어떤 질병을 전파했다면서 바이러스를 나쁜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 또 그런 바이러스의 매개체로 알려진 야생돌물들을 나쁜 동물로 정의하는 것. 그래서 인간과 비인간의 거리를 넓히고 비인간을 인간의 영역에서 몰아내야 되는 존재로 생각하게 되었는데, 사실 우리는 항상 다종으로 구성된 생물로서 함께 공존하도록 진화해 왔다는 거죠. 이걸 어떻게 짧게 정리를 할 수 있을까요?
희동 : 제가 정리를 잘 해볼게요. 저도 학과 다닐 때 문화인류학이 뭐하는 학문이냐는 질문에 짧게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노고운 이사 : 그렇죠. 그리고 논문으로 쓰기엔 이른 단계이긴 하지만 제주도의 산호 생태계 변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어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과 다른 여러 가지 원인들로 산호들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산호는 해양 생태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존재에요. 그래서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해양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고 있는데, 그 중에서 다종의 관계맺음이 어떻게 변화하며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있는지와 그것이 인간과 비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산호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희동 : 이렇게 들으면 문화인류학 교수님보단 생물학 교수님 같네요. 그리고 민우회 회원다짐 중에 <자연과 인간이 조화로운 세상을 만듭니다>도 있는데요. 혹시 그럼 민우회와 알게 된 것도 이런 기후위기 쪽으로 활동이 닿아서 알게 되신 건가요?
노고운 이사: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저는 민우회를 먼저 잘 알고 이사가 된 것은 아니에요. 제가 2021년 3월에 광주에 왔기 때문에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잘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광주의 여러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을 많이 알고 싶고 그분들이 하는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그런데 학교 일도 바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가야할지 모르겠는 상태로 그냥 지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작년까지 민우회 이사를 하던 전남대 사회학과 신지원 교수님이 이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저를 추천한 거예요. 저도 그런 기회를 원하고 있어서 좋다고 했고요. 그러면서 민우회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로 1월 총회에 간 거예요. 그냥 무조건 페미니즘 관련된 운동을 하는 단체이니까 연결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런데 갔더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저하고 잘 맞는 단체였던 거죠.
희동 : 제주도에서 기후위기 관련된 활동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노고운 이사 : 맞아요. 제주도 월정리 하수구 처리장을 확장하려는 제주도정의 계획에 반대하는 저항 시위를 월정리 해녀회에서 몇 년간 계속했는데, 작년 가을에 제가 참여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사태가 마무리되어가는 상황이었지만... 그때 제주도의 월정리 해녀들이 이런 시위를 하고 있는데 광주에서 같이 힘을 보탤 사람들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감자 쌤하고 연락이 됐었죠. 그리고 광주에서 제 요청에 응답한 단체가 민우회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민우회가 정말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고, 그래서 이사직이 들어왔을 때 제가 기꺼이 수락하게 된 거죠.
희동 : 혹시 앞으로 민우회와 함께 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실까요?
노고운 이사 : 제가 요가를 엄청 좋아하는 거 이야기 했나요? 그래서 요가를 같이 해보고 싶어요. 신자유주의화된 현대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려운 점이, 내가 열심히 하면 그만큼 보상이 돌아오고 내가 성공을 하지 못했다면 그건 나의 문제,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내재화 되어 있다는 거예요. 그런 걸 100% 믿지 않는 페미니스트로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담론이 이미 내재화되어 있기 때문에 살면서 내가 원하지 않는 어떤 상황이 생길 때마다 나 자신이 뭔가를 덜 열심히 한 것 같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요가를 하면 나를 돌아보며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어져 있는가, 그리고 나는 어떨 때 행복한가를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가를 수련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계속 앞을 향해서 달려야 하고, 무조건 일에 집중해서 성취하고 성공해야 된다는 최면에 걸려있는 것 같은데, 요가 수련은 그것을 좀 멈출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노고운 이사님께서는 민우회의 활동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페미니즘 의제 뿐만이 아니라 기후위기, 동물권 등 민우회와 관심사가 많이 겹쳐서 이렇게 만날 운명이었다는 농담을 나누기도 했는데요, 지면이 모자라 덜어내야 했던 이야기가 많았던 것이 너무 아쉬웠던 즐거운 인터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