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소식지
[민우통신문 2023-2호] 숫자 뒤의 수많은 존재들을 응원한다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3-06-30
- 조회 수
- 344 회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 도담
"여성폭력유형별로 시설이 있어야 하나요?
광주시 예산이 많이 든다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작년부터 다른 지역에서도 여성폭력쉼터 통폐합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입소정원대비 입소률이 낮은 것이 이유였다. 입소률이 낮은 쉼터는 여성가족부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적게 교부하겠다는 지침이 전달됐다. 어떤 쉼터에서는 "광장에 나가서 입소하라고 홍보라도 해야 할까봐요"라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나왔다.
쉼터 공간 마련에 대한 고민
피해자의 입소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개인공간'이다. 실제로 입소문의할 때 "몇 명이서 지내나요?"라는 질문이 자주 나오곤 한다. 현재 다솜누리는 2개의 침실에 2층 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쉼터개소 초기에는 침대가 없었으나, 입소자 간 위계에 따라 공간을 넓게 사용하는 사람과 좁게 사용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래서 공평한 공간 사용을 위해 2층 침대를 마련했다. 한정된 쉼터 공간 내에서 개인공간을 마련하고자 한 쉼터활동가들의 고민의 결과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민의 과정과는 별개로 최소 4인에서 6인이 함께 방을 사용해야 하는 점은 입소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주요하게 영향을 미친다. 나의 시간과 공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민되는 일이다. 입소자의 경우, 본인이 선택한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담은 더욱 클 것이다.
다솜누리는 여성가족부와 광주광역시의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쉼터건물 임대비용은 모두 법인에서 부담했다. 지침에 따라 쉼터는 입소인원에 따라 마련해야 하는 최소 공간크기와 갖춰야 하는 필수시설이 정해져있다. 이에 부합하는 건물임대를 위한 부담은 온전히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법인의 몫 1)이다. 쉼터공간구성이 입소률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법인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1) 운영보조금의 경우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생활인지원비용)가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예산 분배가 필요하다. 지난 몇 년 간 사업비는 동일한 금액에 머물고 있고, 인건비와 운영비는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금액 정도가 상승했다. 지침에 보조금으로 월세를 지출할 수 있도록 기재되어 있으나, 적은 예산으로 월세를 모두 보조금으로 지출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전세의 경우 보조금으로 지출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법인에서 임대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쉼표 찍고 다시 시작하기 : 자립에 대하여
다솜누리에서 퇴소자를 지원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대부분의 입소자가 친족성폭력피해자로 피해 이후 보호자와 관계단절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아동청소년 시기에 입소한 피해자의 경우 보호자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면, 쉼터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침 상 19세 미만에 입소하고 1년 이상 쉼터에서 생활했을 경우, 5백만원의 자립지원금을 지급하지만 보호자로부터 독립하여 생활하기에는 부족한 지원이다.
자립한 퇴소자는 주거문제뿐만 아니라 성폭력피해에 따른 지속적인 의료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발생하며, 생활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의논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지원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다솜누리 활동가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다솜누리는 성폭력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공감하고 이해하며, 이에 따른 지원계획을 수립한다. 지역사회에 의료, 법률, 상담, 취업 등 이를 지원해주는 각각의 기관은 존재한다. 다솜누리 활동가는 전문가로서 퇴소자를 지원하기 위한 지역사회 내 자원을 연계한다.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성폭력피해자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쉼터 입소자가 시설 밖으로 나가 자립하여 지역사회 내에서 잘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솜누리에서 퇴소자를 지원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마무리하며
성폭력피해자쉼터의 역할은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보호’하고 의식주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만은 아니다. 피해를 회복하고 이후의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수치화 된 ‘입소률’만으로는 알 수 없다. 숫자에만 집중하는 사이, 우리는 숫자 뒤의 존재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효율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