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통신문 2023-2호] Vegan Week Wave (VWW) 2. 비건 요리 만드는 당신 멋져!
광주여성민우회 편집위원회/ 파도여름이다. ‘3, 4, 5월은 봄, 6, 7, 8월은 여름’이라고 배워온 것이 무색하게 점점 빨리 더워지는 느낌이다.이렇게 더우면 다들 입맛도 없고, 불 앞에서 요리는 더더욱 하기 싫잖아요?매일 요리하기 싫어서 대충 찬 음식만 먹고 마시다가 배탈도 나고 그러잖아요?어찌 이리 구체적이냐고요? 그게.. 제 얘기는 아닌데요... 아닐걸..요...?아무튼! 이렇게 나의 비건 생활, 식생활, 인간다운 생활(?)이 모두 더위에 녹아내리려 할 때, 포키님이 재미있는 제안을 해주셨다. “파도! 같이 비건 요리해서 피크닉가기 어때요?”저기요. 저는 더워도 재밌어 보이는 것은 일단 다 해봐야 하는 ENFP거든요? 그렇게 ☆당신멋져★ ‘비건 요리 만드는 당신 멋져!’ 이끄미가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서로 칭찬하고 함께 즐겁게 요리해서 먹으면 되는 것 아니겠어?!라고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막상 당일이 되니 ‘나 자신도 잘 먹이지 못하는 요리 초보가 무슨 짓을…?’ 후들거리며 떠지지 않는 주말 아침 눈을 겨우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안 갈래요. 자신도 없고 힘들단 말이에요. / 그래도 가야지. 네가 이끄미인데... 처음 보는 얼굴들과 함께 인사를 나누고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 경험도, 생각도 다른 사람들일 텐데, 막상 시작하니 일사천리로 멋진 만찬을 완성했다. 가장 허둥지둥한 것은 이끄미인 나였던 것 같다. (심지어 호기롭게 시금치 김밥을 만들자 했지만 나는 이날 김밥을 처음 만들어봤다) 다들 요리 고수들이셔서 멋지게 완성된 것도 있겠지만, 서로 기꺼이 나의 강점을 발휘하고 약한 부분은 서로 도우며 했기 때문에 더 맛있고 멋진 요리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비건 요리를 함께 한 사람의 과반수가 비건이 아니었고, 비건에 관한 관심의 정도와 이해도도 서로 달랐다. 하지만 비건과 논비건1)인 우리가 모여 맛있고 멋있는 비건 요리를 만들어 즐겁게 나누어 먹었다. 심지어 함께 먹으며 “평소 하던 요리도 이렇게 비건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자신감을 한껏 얻었다. (역시 당신! 우리 멋져!) 모두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먹고 즐겁게 정리했지만 동시에 한 분의 “집에서 혼자 하려면 귀찮아서 못 했을 것. 느지막이 일어나 배민을 켰을 것이다.”라는 말에는 모두 공감했다. 혼자 하는 것은 참 어렵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도, 내 생활과 건강을 돌보는 것도.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정작 나에게는 아무거나 대충 먹이고 내 몸과 마음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다. 돌아보면 적막한 방 안에서 그렇게 대충 자극적인 배달음식을 먹으며 매일 늘어나는 집안일과 쓰레기에 죄책감을 느끼다 어느 날 툭. 눈물이 쏟아지는 경험도 참 많았다.그래서 우리는 ‘함께’하고 싶은가보다. 그 방법이 정상 가족이든, 친구든, 짝꿍이든, 비인간 동물이든, 함께 사는 것이든, 가끔 만나는 것이든 우리는 함께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불볕더위에도 음식을 하기 위해 불 앞에 설 수 있고, 귀찮은 일도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닐까.나는 왜 자꾸 비건에 관심을 둘까?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만큼 비인간 동물의 고통에 깊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고, 건강을 위한 것도 아닌데.처음 조금씩 관심 두기 시작한 것은 나의 비건 친구가 외식 자리에서 매일 닭알2)을 뺀 쫄면과 비빔밥만 먹는 것을 보고 친구도 함께 맛있는 것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친구와 멀리 떨어져 만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도 비건인, 논비건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속도를 늦추고, 인간 때문에 비인간 동물이 사라지거나 고통받는 일이 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느슨하지만 계속 관심을 두고 조금씩 시도하게 되었다. 요약하면 결국 내가 이 불완전한 비건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함께’하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 적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순간엔 너무나도 외롭고 슬퍼지니까. 그러니 오늘처럼 함께 북적북적 즐겁고 시끄럽게 요리하자. 외로움과 슬픔이 주춤 물러나도록. 뜨거운 여름에도, 차가운 겨울에도. 잘 못 하면 어때? 함께하면 못 해도 멋있고 맛없어도 맛있어!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1) 불완전한 비건지향인. non-vegan을 한글로 표현한 말.2) 종평등 실천 대체어: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 모든 생물의 생명을 평등한 존재로 바라보기 위해, 착취하는 동물이 드러나도록 언어를 바꾸어 사용하는 것. ex) ‘달걀’ → ‘닭알’, ‘우유’ → ‘소젖’, ‘물고기’ → ‘물살이’, ‘1마리, 2마리’ → ‘1명(命), 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