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성명] 전남 지역 공론장에서 반복된 성·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규탄 성명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6-02-05
- 조회 수
- 133 회

지난 2월 5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김희수 진도군수를 비롯한 공직자들의 성·인종차별적 발언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광주여성민우회는 본 성명서가 담고 있는 문제의식과 규탄의 목소리에 공감하며 연대의 뜻을 밝힙니다. 전남 지역 공론장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명백한 인권 침해이며, 성평등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이에 우리 민우회는 이번 성명서를 공유하며 연명을 요청드립니다.
참여 링크: https://buly.kr/4FtzRDQ
연명은 2026/2/9 11:00까지 받습니다.
인구정책의 이름으로 반복되는 이주여성 대상화를 강력히 규탄한다.
– 전남 지역 공론장에서 드러난 성·인종차별적 발언에 부쳐
“스리랑카나 베트남 쪽 젊은 처녀를 수입해...”
“인구가 줄어드니 결혼을 시켜야 하지 않겠느냐.”
“장가를 못 가는 총각들이 있으니 외국 여성들을 유치해야 한다.”
“국적을 따고 나면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 말들은 최근 전남 지역의 공적 회의와 공식 토론회에서 실제로 발화된 언어다. 그것도 지방자치단체장과 광역의회 의원, 상임위원장의 입에서 나왔다. 이 발언들이 아무런 제지 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남 지역 공론장이 이주여성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4일 진행된 전남 서부권 행정통합 타운홀미팅에서 진도군수 김희수의 발언은 이주여성을 독립적인 시민이 아닌 결혼과 출산, 정착을 통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완충하는 자원으로 상정하는 차별적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이주여성을 정책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위치시키는 구조적 차별의 발현이다.
이주여성을 인구정책의 수단으로 호명하는 것은 명백한 도구화이자 대상화다. 이는 사람의 삶과 존엄을 정책의 효율성과 성과 논리에 종속시키며, 이주여성을 결혼과 출산을 통해 배치되고 관리될 수 있는 존재로 한정하는 폭력이다. 이러한 사고는 국제결혼 지원조례와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정책이 오랜 시간 작동해 온 문법과 정확히 닿아있다. 해당 제도들이 2025년 인제군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서 폐지된 이유 또한, 이주여성을 수단화하고 차별을 구조화해 왔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시켜야 한다”는 말은 중립적인 정책 제안이 아니다. 그 말 속에는 누군가는 반드시 결혼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누군가는 그 대상으로 동원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주여성은 선택하는 시민이 아니라 선택되는 대상, 삶을 기획하는 주체가 아니라 배치되는 인구 자원으로 위치 지어진다. 이것이 바로 도구화이자 대상화이며, 공적 언어를 통한 차별의 재생산이다.
이러한 인식은 지방자치단체장 개인의 발언에 그치지 않는다. 2025년 11월 7일 전남도의회 보건복지부환경위원회 행정사무감사 회의에서도 이주여성을 인구정책의 수단으로 전제하는 발언이 반복되었다. 이광일 의원은 국제결혼 지원조례가 폐지된 이후에도 지자체가 직접 국제결혼을 주선하는 사업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정부 주도의 국제결혼이 왜 문제였는지, 왜 ‘지원’이라는 이름이 여성의 삶을 거래와 관리의 대상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성찰은 없었다. 최병용 위원장의 발언은 더욱 노골적이다. 그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국적을 따면 도망간다”, “사기 결혼도 많다”는 식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이 발언에는 통계도, 근거도, 책임도 없다. 개인의 삶을 범죄 서사로 엮고, 구조적 폭력과 제도의 실패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전가한다. 가정폭력, 체류 불안, 경제적 착취, 사회적 고립이라는 현실은 지워지고, “문제 일으키는 사람들”이라는 낙인만 남는다. 이것이 이주여성을 향한 혐오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문제의 발언들은 인구 감소와 저출생을 여전히 결혼과 출산의 문제로 환원하는 가부장적 재생산 정치 위에 놓여 있다. 이 구조 속에서 이주여성은 아이를 낳는 몸으로, 돌봄과 가사, 농업 노동을 떠맡는 존재로 호출된다. 이는 ‘인구 위기’의 책임을 여성의 몸과 삶에 전가하는 성차별적 사고이며, 특히 그 부담을 이주여성에게 집중시키는 점에서 인종화된 차별을 동반한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발언들이 실제 이주여성들의 삶의 조건과 현실, 구조적 폭력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남이주여성상담소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2,960건, 2024년 4,064건, 2025년 4,686건으로 전남 지역의 폭력피해 이주여성 상담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왜 지역에서 이주여성 대상의 폭력이 발생하고 증가하는지, 왜 지역에서 살아가기 어려운지, 어떤 제도와 권력 관계 속에서 취약해지는지에 대한 질문은 단 한 번도 제기되지 않았다. 구조적 이유에 대한 문제 제기나 성찰 대신 이주여성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만이 제지 없이 반복되었다.
공적 발언은 결코 단순한 의견이 아니다. 공론장에서의 언어는 사회적 현실을 구성하고 정책의 방향을 설계하며, 공론장 밖 사회적 인식을 재생산한다. 이주여성을 인구정책의 수단으로 말하는 순간, 이주여성은 시민이 아닌 관리와 동원의 대상으로 위치 지어진다. 이는 성평등과 차별 금지의 의무를 지닌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스스로 그 책무를 져버리는 행위이며, 차별을 제도 이전 단계에서 정당화하는 위험한 정치적 언어이다.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공론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는 성·인종차별적 발언들이 결혼이주여성을 한국인과의 결혼 유지, 자녀 출산과 양육, 돌봄 제공을 중심으로 체류와 귀화 제도를 설계해 온 구조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주여성을 시민으로 권리를 보장할 대상이 아니라 가족 제도 안에 묶어 두어야 할 관리 대상, 떠나지 못하게 붙들어야 할 인구 자원으로 취급해온 결과다.
그러나 분명히 말한다. 도구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 이주여성이 시민 개인으로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은 결혼의 지속이나 출산의 성과가 아니라, 안정적인 체류 권리와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사회 안전망이다. 이러한 조건이 마련될 때 비로소 이주여성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고, 한국 사회 역시 지속 가능해질 수 있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 사람을 묶어 두는 사회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결혼이주여성의 정착은 이미 20여 년 넘게 이어져 왔으며, 혼인귀화자는 17만 명에 이른다. 이주여성은 더 이상 정책의 대상이나 보호의 객체가 아니라, 지금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시민이자 유권자이다. 특히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출직 공직자들이 유권자 구성의 다양성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이주여성을 여전히 동원 가능한 인구 자원으로만 발화하고 있다는 점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진도군수 김희수와 전남도의회 관계자들에게 이주여성을 수단과 도구로 호명한 발언에 대한 명확한 문제 인식과 공개적인 사과를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이주여성을 결혼과 출산의 자원으로 전제하는 모든 정책 언어와 프레임을 중단하고, 이주여성을 동등한 시민 주체로 포괄하는 정책 관점 전환을 즉각 선언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주여성을 수단화하는 모든 발언과 정책을 끝까지 기록하고 문제 삼을 것이다.
2026년 2월 5일
전국 이주·여성·인권 단체 및 개인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