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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상담소]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 해결 대책위 카드뉴스 제5탄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5-04-29
- 조회 수
- 146 회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 해결 대책위 카드뉴스 제5탄
카드 1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 해결 대책위 카드뉴스 제5탄
피해생존자의 목소리로 듣는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
※ 본 카드뉴스는 피해 생존자 김산하(가명)씨와 서주영(가명)씨에게 직접 전달받은 메시지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카드 2
"연극이라는 '꿈'"
김산하: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배우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부모님께 연극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시켜달라고 떼를 쓸 정도였어요. 처음 연습을 시작했을 때 제 몸이 제 몸처럼 움직이지 않아 어려웠고 지적도 많이 들었지만, 선망하던 연극배우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에 그저 좋았어요. 선생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서주영: "초등학교 때부터 연극배우가 꿈이었어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우선 연극 대신 돈을 벌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는데 곧장 자퇴했죠. 첫 공연에서 배역을 맡았을 때, '내가 드디어 해냈구나', '내가 꿈꿨던 걸 이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벅찼어요."
카드 3
"연극계의 구조적 문제"
김산하: "누구 하나가 그만두면 진행 중인 연극 전체에 피해를 끼친다는 비난을 받을 게 마음에 걸렸어요. 캐스팅에 있어 평판은 너무도 중요한 요소니까요. 연극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에 고통의 목소리를 스스로 외면했어요. 성적으로 착취하는데 또 배역은 주는 그런 상황에서 저는 항상 혼란스러웠어요."
서주영: "환경 자체가 그걸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가해자는 '선생님'이라고 불렸고, 나를 캐스팅할 수도 있는 사람이었으며, 다들 그러한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다들 심각하지 않은데 나만 심각하면 이상한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연극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여기선 이런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구나', '연극을 계속 하려면 이런 일을 참아내야 하는 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카드 4
"성인지감수성과 위력에 대한 이해"
김산하: "문화예술계, 특히 연극계 구성원들이 위력에 대한 이해와 성인지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필요해요. 연극계에서 '여자애들은 강간도 당해보고 그래야 오기가 생겨 연극을 오래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갔어요.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인식인지 모두가 깨달아야 해요."
서주영: "예술성이나 창작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폭력을 더 이상 묵인해서는 안 돼요. 연극계 내 성폭력 예방 교육과 인권 교육이 반드시 필요해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권력을 어떻게 올바르게 사용해야 하는지 배워야 해요."
카드 5
"침묵에서 용기로"
김산하: "제가 꾸던 악몽이 있어요. 항상 도망치는 꿈이었어요. 이제 제 상처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면서 제 삶을 바로 잡고 싶어요. 내 상처로부터 너무 스스로 도망쳤다는 생각이 컸어요.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해보자 결심했어요."
서주영: "그동안 홀로 참아왔지만 산하씨와 저 그리고 함께 연대해주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들 덕분에 용기가 생겼어요."
카드 6
"정의를 향한 한 걸음과 사법부의 역할"
김산하: "검찰 조사과정에서 저는 연극계의 특수한 상황과 당시 제 심정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제 피해를 인정받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재판부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상해를 인정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어요. 이는 저와 같이 피해 이후 발현된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피해자들이 사법 절차를 통해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중요한 판례가 될 거예요."
"다른 두 가해자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와 아쉬움이 커요. 하지만 주요 가해자의 죄가 인정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싸운 시간만 2년 8개월인데 고작 3년형을 받은 것으로 제 아픔을 회복시켜주진 못하지만, 그래도 피해를 처음으로 인정받은 기분이에요.“
카드 7
"안전한 예술 환경을 위하여"
김산하: "단순히 특정 개인을 단죄하려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러한 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조건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주영: "바뀌어야 해요. 그리고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안전해야 해요. 연극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절실하거든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간절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들이 모두 안전하게 연극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카드 8
"뿌린 씨앗, 함께 키우는 희망"
김산하 & 서주영: "자신의 삶도 살아내기 힘든 세상에서 타인의 일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같이 분노해주시고 아파해주신 따뜻한 마음들이 있었기에 끝까지 나아갈 수 있었어요."
"문화예술계 내 권력형 성폭력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예요. 우리는 변화의 씨앗을 뿌렸고, 이 씨앗이 안전하고 건강한 문화예술계라는 큰 나무로 자라날 거예요. 우리의 목소리가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라요."
카드 9
"끝나지 않은 여정, 함께 걸어가는 길"
"2022년 6월 사건 공론화 이후 1심 선고를 받기까지 2년 8개월이 걸렸음에도 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연대자들의 존재 덕분이었어요. 민변 광주전남지부,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예술인연대, 비호 그리고 연극인 동료들, 광주 시민사회와 문화예술계 동료들, 모든 연대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려요. 또한 같은 아픔을 겪고 계신 모든 피해생존자분들께도 연대의 마음을 전해요."
"현재 이 사건은 1심 판결 이후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에요.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계속될 법정 투쟁과 변화를 위한 노력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해요. 이 길이 끝날 때까지 함께 걸어가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요."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 해결 대책위는 성폭력 없는 문화예술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약속드려요.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성평등한 예술환경 조성을 위한 네트워크 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