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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 성범죄를 방조, 방치한 온라인 플랫폼 ‘텔레그램’ 소비를 중단하며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10-11
- 조회 수
- 217 회
[입장문] 성범죄를 방조, 방치한 온라인 플랫폼 ‘텔레그램’ 소비를 중단하며
여성을 착취하며 돈을 버는 거대 자본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여 유통, 판매하는 성 산업
이것을 조장하고 방치해온 국가와 정치 권력
여성(성평등, 페미니즘)을 향한 조롱과 혐오를 확산시키는 언론
여성과 관련된 문제들을 특수한, 당파적인 문제로 보는 시민(사회)
가부장(남성권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의 진보
이것들은 과학기술과 공생하며 여성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왜 여성의 고통과 삶을 외면하고 젠더폭력 문제를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로 보지 않는가?
성적 계급의 해체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결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기에 절망과 무력감에 그 고통은 더 크다.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대 자본과 뿌리 깊은 가부장제에 맞선 작은 균열이 필요할 때이지 않을까, 그래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지금껏 온라인 성착취를 방치를 넘어 방조한 텔레그램 소비를 중단하자!
“실제로 큰 변화가 있을까?” “아! 그것으론 변화시킬 수 없어.”라는 말이 어쩌면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일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변경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1999년부터 2016년 폐쇄될 때까지 1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한국 최대의 성착취물 사이트 소라넷부터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웰컴투비디오’, ‘웹하드 카르텔’, N번방 그리고 최근 ‘딥페이크 성착취’까지, 플랫폼만 변화한 채 온라인상 성착취는 계속되어왔다. 그러나 거대 온라인 플랫폼사업자인 ‘텔레그램’은 그동안 성착취를 비롯한 각종 범죄를 방치, 방조하며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텔레그램 측과의 첫 회의 결과, 텔레그램 측은 방심위 요청 시 성범죄를 비롯한 마약 등 불법 정보를 신속 차단, 삭제 조치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범죄자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에 대해서는 한국 경찰과 전향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피해자는 한시라도 빨리 성착취물이 삭제되길 바란다. 그러나 경찰 수사,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삭제지원, 방송통신심의원회의 심의 등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피해자의 고통은 더 커진다.
기술기업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의 요청에 적극 협조하고, 자체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사회적·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가 규제와 제재를 할 수 있어야 하지만 텔레그램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들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 합법적인 규제가 사실상 어렵다.
특히, 이번 ‘딥페이크 성착취’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친밀한 관계의 지인 얼굴을 합성하여 만든 비동의 성착취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구조로 그 충격은 더 크다. 여성의 몸을 조각조각 분절하고, 타자의 몸에 나의 얼굴이 합성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의 친구나 가족 등 지인이 가해자가 아닐까, 얼마나 어디까지 영상이 유포되었을까, 나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그 영상을 보지는 않았을까, 영구 삭제가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의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신뢰할 수 없다는 상황은 사회적 신뢰와 수많은 여성의 일상을 무너뜨린다.
게다가 나의 일상을 SNS에 누구나 쉽게 올리고 공유하는 디지털 시대에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는 쉽게 노출되는 반면 가해자의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모순적인 상황은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다.
그리고 ‘딥페이크’ 성착취 사태 이후 우리 사회가 보여준 모습은 어떠한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스스로 삭제하기 어려운 미성년의 얼굴 사진 등 개인정보 삭제에 쓰이는 예산은 10억에서 6억5천만 원(25년 예산안)으로 삭감되었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경찰이 방심위를 거치지 않고 아동 대상 범죄피해물 삭제·접속차단 요청 권한을 부여하는 '응급조치'가 담긴 법안은 무산되었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불법합성(딥페이크) 성착취물 소지·시청 처벌법’(개정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안)은 ‘불법합성 성범죄물을 구매·소지·저장·시청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유포 목적이 입증되지 않은 제작 행위도 처벌하는 내용으로 처벌 대상의 범위가 확대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법안이 아니다. 국회와 정부는 더 이상 피해자를 외면하지 말고, 법적 규제 강화, 기술기업과 플랫폼사업자들에게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이것은 “과잉 규제”(이준석 국회의원)나 ‘표현의 자유 제한’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과학기술은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관여되어 계속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 이용하지는 않지만 중대한 영향을 받는 대중 모두의 인권적 관점에서 규제와 제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이슈가 될 때에는 적극 대응하겠다고 나서지만, 시간이 지나면 후퇴할 것이라는 이제까지의 모든 우려가 현실이 된 까닭이다.
“성착취물을 유포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매개를 처벌하거나 매개를 차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이준석 국회의원의 발언(9.2), 9월 12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SNS와 AI기술의 발전으로 일어난 일이며 정부의 잘못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은 국회와 정부가 이 사건을 인식하는 수준을 보여준다.
영국의 경우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자는 해당 이미지가 유포될 경우 제한 없는 벌금을 물리고, 온라인을 포함하여 여성과 소녀에 대한 범죄를 테러와 동일하게 보는 등 규제와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상반된 모습이다.
또한 ‘인공지능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여러 과학기술 전문가들은 과잉규제에 대한 우려와 AI육성으로 국가 경쟁력과 국익을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는 전체주의적 확신을 보여주고 있지만, 반면 이것으로 인해 인간의 본질마저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여성’으로서의 억압을 진심으로 직면해 본 적이 없는 국가와 정치 권력은 ‘우리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라는 여성 시민의 외침과 오늘 우리의 탈텔레그램 선언을 기억하고, 반성하며,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2024. 10. 07
(사) 광주여성민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