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소식지
[민우통신문 2025-2호] 소모임 <움직이는 페미니스트> 참여 후기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5-08-21
- 조회 수
- 223 회

소모임 <움직이는 페미니스트> 참여 후기
유리
민우회 회원
움직이는 페미니스트 소모임 참여자
안녕하세요. 신입회원 유리입니다.
민우회에 가입하게 된 이야기와 소모임 <움직이는 페미니스트>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광주로 이사 온 지 몇 해 되지 않았고, 은둔형 외톨이에 길치여서 모르는 사람을 대하거나 낯선 길을 혼자 다니는 것을 매우 어려워합니다. 올해 초에는 가족과 같이 산책에 나서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외출이었습니다.
그러다가 3월 8일 여성의 날 행사를 한다기에 큰마음을 먹고 광장에 가보았어요. 장미꽃을 나누어 주셨는데 수량이 넉넉지 않았음에도 운 좋게 마지막 장미를 제가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여성의 날 행사 리본을 주렁주렁 달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이후 X(구. 트위터)의 광주여성민우회를 팔로잉하고 지켜보았죠. 하지만 낯가림이 심한 제가 뭔가에 참여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이십 대 중반 이후 생긴 페미니즘에 관한 관심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으나, 정작 사람과 부대끼는 것이 싫어서 가입까지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던 5월 어느 날 X에서 온라인 운동 소모임을 운영한다는 공지를 보았습니다.
잠시 제가 밖에 나가는 것을 얼마나 어려워했는지 말씀드릴게요. 올 초엔 가족이 거의 저를 끌고 나가다시피 해야만 외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대로 집에 있고 싶었으나 끌려 나간 날도 많고 안 나가겠다고 버틴 날도, 나갈지 말지 혹은, 나갈 수는 있을지 초조해하다 외출에 실패하고 우울해한 날도 자주 있었습니다.
가족을 항상 대동해야 했던 저의 힘겨운 봄 산책 시간도 날이 따뜻해질수록 점차 익숙해졌고, 가끔은 혼자 나가야 하는 날도 생겼습니다. 4월까지는 겨울이라 생각할 정도로 추위가 싫어 더더욱 나가지 않는 것을 선택했었는데, 나가서 걷다 보면 몸이 따뜻해져서 그렇게 춥진 않다는 것을 산책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전엔 몰랐던 사실이었어요. 봄에 눈이 움트는 광주천의 버드나무를 보며 내년에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까, 지금의 외출이 일시적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다행히 저 혼자서도 어느 정도는 외출할 수 있었지만, 하루는 집안에 맥없이 누워 있다가 어떤 날은 충동적으로 만 보씩 걷고는 하던, 불규칙하게 흔들리던 날 중 <움직이는 페미니스트> 모집 공고를 본 거예요.
내 신체 사진을 올리지 '않아야' 하고 민우회 회원이 아니어도 가입할 수 있다고 해서 오래 생각하지 않고 거의 바로 지원했습니다.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온라인으로 가볍게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제 마음을 끌었습니다.
사진설명 = 움직이는 페미니스트 단톡방 인증 사진 2장
(좌 : 애플워치의 화면에 운동 기록이 떠 있다. 9시 15분, 자유 목표로 실외 달리기, 총 시간 40분 58초, 총 거리 4.30키로미터.
우: 애플워치의 화면에 운동 기록이 떠 있다. 8시 50분, 자유 목표로 실외 달리기, 총 시간 54분 3초.)
저는 저의 외출을 어느 정도 루틴화하고 싶지만, 타인과의 직접적인 교류는 버겁고 그렇다고 누군가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거나 주 몇 회 이상 해야 한다는 식의 규칙은 싫었습니다. 신체활동 기록의 목적으로 참여하고자 했어요. 거기에 약간의 교류가 있으면 좋겠다, 정도였습니다.
처음 채팅방에 들어갔을 때도 '낯선 사람들이니까 텍스트는 쓰지 말자, 이모티콘으로만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다짐은 머지않아 깨졌어요. 처음엔 주로 만 보 이상 걸은 날 걸음 수가 카운트된 앱 화면을 올렸습니다. 제가 올린 인증사진에 대해 소모임을 관리하시는 수수님 및 다른 모임 분들께서 해주는 격려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다른 분들의 활동에 응원하려고 하트나 엄지척을 눌렀고, 지금은 텍스트로도 응원을 드리려고 합니다.
소모임 활동을 하면서 저는 걷기만 하는 것이 조금 지루해져서 달리기를 하게 되었어요. 길도 익숙해져서 가족과 같이 나가지 않아도 괜찮고 현재는 같이 나가는 날이 오히려 드문 일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확인해 보니 두 달 남짓 사이 같은 거리를 달릴 때 처음보다 기록도 15분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초반에 한 번은 매일매일 달리려는 과욕 또는 강박으로 무리해서 발목을 다친 적도 있었어요. 혼자서 처음 달리기를 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소모임 채팅방에 글을 올렸는데 그때 소모임 참여자분의 조언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젠 아프면 바로 쉬고 있어요. 감사해요. 루나 님)
당시에 발목이 약간 나아질 즈음 밖에 나가서 천천히 걸은 적이 있는데 그때 보니 달리기하는 남들도 그렇게 빨리 달리는 것 같지 않더군요. 대부분 천천히 달리는 사람들이었어요. 저는 항상 뭔가에 쫓기듯이 혹은 누군지도 모르는 내 앞의 어떤 사람보다 빨리 달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달리기를 해왔는데 그 일 이후로 속도라거나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많이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에 빗대어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소모임에서는 인증뿐 아니라 평소 운동하다 마주한 멋진 풍경을 올리기도 하고 물론 운동 얘기도 합니다. 지난 선거때는 서로 투표 인증을 올리기도 했어요. 연대가 필요한 문제나 고민이나 사는 얘기도 종종 하고요.
채팅방에 올라온 여러 사진과 이야기 사이에 저는 민우회에 가입하고 신입회원의 날에도 다녀왔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매달 정기 결제하는 카톡 이모티콘을 많이 쓰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그 소망을 소모임 채팅방에서 이루고 있습니다. 몇 년간 결제만 해놓고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못 쓰고 있었어요. 계속 운동도 하고 대화도 하고 이모티콘도 쓰고 싶습니다. 앞으로 저는 더 다양한 운동을 하고 싶어요. 그러다 가끔 다치기도 하고 어쩌면 전처럼 또 집에만 있고 싶어질 때도 있겠지만 [움직이는 페미니스트] 채팅방에 있다 보면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힘낼 수 있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