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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통신문 2025-1호] 회원 인터뷰 : 이경희 회원, 여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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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작성일
- 202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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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경희 회원 : 안녕하세요, 저는 친환경자원순환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경희입니다. 제가 센터장의 위치를 맡게 될 거라곤 인생에서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어쩌다 보니 이런 공공시설을 민간단체가 위탁을 받아서 하게 되었고요. 이 역할을 맡고 있는지는 2년 되었습니다.
여름 회원 : 네, 저는 '여름'이라고 하고요. 여름이라는 활동명은 제가 ‘생각의 여름’이라는 가수를 좋아해서 스스로한테 붙이고, 주로 단체 활동가들을 만날 때 이렇게 소개를 합니다. 최근에는 '여름'이 열매의 옛 우리말이라는 뜻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생각의 열매든 내 활동의 열매든 이런 뜻을 담아서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요즘은 제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2. 요즘의 관심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경희 회원 : 저는 오로지 친환경자원순환센터를 어떻게 잘 운영할까가 중요한 관심사이고요. (웃음) 최근에 계속 관심을 두고 보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두 번의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이 정권의 교체 안에서 예전에 박근혜 정부 박근혜가 이제 탄핵이 됐을 때는 다양하게 환경 의제들이 막 이야기가 됐었거든요.
지난 대선 정국에선 탄핵 이후 급박한 상황에서도 기후위기 문제, 여성차별 문제 등 다양한 사회 의제들이 많이 나오고 공약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했었는데 이번 윤석열 탄핵 이후에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데도 왜 우리는 그런 의제들이 과거에 비하면 더 주류화되지 못하고 있나 하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는 도시 재생 문제, 도시 개발 방식, 고리 1호기 폐쇄, 재생 에너지 확장,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 등 이런 논의들이 다양하게 있었다고 하면 지금은 윤석열 정부 시기에 재생에너지가 탄압받고 기후가 주류의제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 다시 복원되고 제대로 그 제도가 생길 수 있도록 하는 논의들이 우리 사회에서 지금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여성 의제도 다시 여성이 제자리를 잡기 위한 의제들이 탄핵 이후에 수면 위에 올라오고 있나라고 했을 때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에 관심이 갑니다.
여름 회원 : 저는 이제 공식적으로 친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일한 지 1년 반이 되어 가고있습니다. 사실은 광주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살다가 순천으로 이주하고, 다시 광주로 오게 된 그런 이동의 생활을 계속 계속하다가 지금 광주에 왔는데요.
요즘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재미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삶을 들어보는 북토크를 찾아다니면서 얕게 가졌던 환경과 생태에 관한 관심사를 더 깊게 만드는 재미에 빠진 것 같고요.
그리고 제가 환경이나 도시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만 했지 그걸 업무로 삼은 지는 얼마 안 되어서 그 관심사가 일의 영역이 될 수 있도록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Q3. 두 분 모두 민우회 회원이신데, 회원이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경희 회원 : 저는 아마 2000년대 초반에 한 번 회원이 되었다가 제가 활동을 잠깐 접으면서 잠깐 빠졌다가 다시 또 회원 가입하고 이랬던 것 같아요.
초기에 회원 가입을 했을 때는 아마 호주제 폐지 운동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때 전진숙 의원이랑 해서 광주여성민우회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는데 참 멋있었어요. 제가 활동을 많이 하지는 않았고 그냥 응원하는 사람으로, 지역 내 여성민우회가 있어서 참 뿌듯했어요.
여름 회원 : 저는 2018년도에 가입을 했는데요.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월급을 타면 지역에 있는 여성단체나 시민단체에 후원해야지' 하고 찾아보다가 민우회라는 단체가 있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좀 낯설고 긴가민가했었는데 가입 후 회원 소모임을 통해 페미니즘, 퀴어 서적을 읽으면서 소수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었거든요. 그래서 일상생활의 적당한 소소한 즐거움이 생겼어요.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2018년이 인터넷에서 페미니즘 리부트가 활발하던 시기였는데 그 이야기를 편하게 눈치 보지 않고 말할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그런 얘기를 누군가와 하고 싶어도 막상 할 수가 없었는데 회원 소모임에서 만난 분들하고는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4. 민우회 활동 중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이경희 회원 : 아무래도 저희가 민우회랑 같은 건물을 쓰면서 살았던 세월이 있어요. 일명 ‘북동파’라고. 북동 신협 건물 옆에 참여자치(21)랑 민우회랑 환경(운동)연합이 2층과 3층을 딱 주름 잡고 있을 때. 민우회의 활동을 같이 보기도 하고 어울려 놀기도 했는데, 어느 날 장애인 여성분이 상담을 하러 오셨어요. 그런데 그 건물이 장애인 접근성이 좋지 못해서 들어오지 못하고 1층에서 헤매고 계시던 걸 제가 사무실 들어가던 길에 마주친 거죠. 그래서 민우회 식구랑 같이 휠체어를 들어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장소까지 들어가시게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민우회가 이슈파이팅이나 여성의제 주류화를 위한 여러 정책활동들을 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정말 힘없는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 폭력의 피해자들에게 함께 해줄 수 있는 그런 게 가장 저는 인상에 남는 역할이었어요. 앞으로도 민우회가 계속 그 기능을 해야 할지는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겠지만, 그래도 민우회 역사 안에서 그런 역할들을 해서 참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름 회원 : 정확하게 연도는 기억나지 않는데, 2018년인가 2019년인가 낙태죄 폐지를 위해 서울에서 다 같이 투쟁하면서 헌법재판소까지 함께 걸었던 기억이 나요. 많이는 아니어도 서울에 (집회를 위해) 갈 때가 있긴 했는데 여성 의제로 광주 지역사회 시민들하고 같이 움직였던 건 제 경험에서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폐지로 이어지는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성취, 성공의 경험과 내 옆에 있는 이웃들하고 같은 구호를 외치고 그게 실현되는 그 과정이 저한테는 되게 인상 깊었고... 낙태죄 폐지 기념 수건도 민우회에서 공구(공동구매)할 사람 구해서 같이 공구하기도 했는데 그런 경험이 좀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그때 서울 같이 올라가던 버스 안에서 ‘여성 의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왠지 내 옆에 이렇게 많으면 정말 많은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웃음)
그리고 그때 공개적으로 얘기하기는 좀 힘든 부분이 있었음에도 발언대에서 용기를 내고 말해 주신 당사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감동받았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이 제일 인상 깊었던 것 같고, 요즘에는 약간 좀 독특한 회원 소모임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활동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온라인으로 운동하는 거 인증하는 거나 풋살 모임이라든지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희동(인터뷰어) : 저희가 온라인 운동 인증 모임도 얼마 전부터 홍보를 시작했는데 인상 깊게 봐주셔서 너무 뿌듯합니다. 담당활동가에게 전달하면 엄청 좋아할 것 같아요.
Q5. 추가로 바라는 민우회에서의 활동이나 이벤트가 있을까요?
이경희 회원 : 다 하는 거 아니에요? 하고 계시잖아요. (웃음) 책, 공부, 산책이었나? 등산도 있지 않았던가요?
여름 회원 : 이건 제 바람인데, 제가 광주에서는 그래도 나름 활발하게 페미니즘, 퀴어 이슈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전남으로 이주하니까 갑자기 그게 뚝 끊긴 기분이었어요. 지역 안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은 꾸준히 있지만 단체나 개방적인 공간을 찾긴 어려웠던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광주와 전남을 잇는 그런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풋살도 좋고, 전남의 명산을 간다고 하면 그 지역에 있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제가 순천에 있었을 때는 약간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이경희 회원 : 저는 그런 활동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데 드러나지 않으면 그 진실이 공유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지역사회 내에서 여성과 관련한 다양한 현장 조사들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요.
예를 들면 성매매 같은 경우는 과거에 집결지 같은 지역들이 있었지만 지금 또 형태를 바꾸어서 존재하고, 피해들이 발생해야만 그때서야 조사를 하잖아요. 조사한 뒤에 또 잊혀지고, 단속하니까 원룸 같은 곳으로 스며들어 있거나...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도 그냥 우리 지역에 사는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나 일상화된 차별의 문제들도 괜찮고요. 우리 지역사회에서 아직 젊은 여성들이 직장에서 겪는 차별에 대한 문제나 광주지역 직장 내 성차별 인식에 대해 드러내서 이야기를 좀 해줄 수 있는 조사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민우회가 이걸 계속 주지하면서 보고 있어’ ‘우리 사회가 지금 어떤 실태이고 어떻게 변화되고 있어’라고 하면서 지켜볼 수 있는 몇 가지의 의제들을 좀 잡아서 계속 관찰하고 지역사회에 공유하거나 하면 어떨까 싶어요.
Q6. 나는 어떤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은지?
이경희 회원 : 저는 20대의 딸을 두 명을 키우고 있는데 딸이 느끼는 페미 감각들이 저하고는 또 약간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20대 초반의, 아니면 딸 정도만 이해해도 나는 괜찮은 엄마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가끔 아이와 대화를 하고 그래요. 지금의 20대 여성들은 훨씬 더 강한 페미니스트 같더라고요. 딸과 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게 여러 사안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좋겠다. 왜냐하면 내가 머릿속에서 아이의 생각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다음 대화가 단절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변화되는 시대에 앞으로 중심적인 활동들을 해나갈, 살아나갈 사람들의 감각을 잊지 않고 따라가면 좋겠다 정도.
여름 회원 : 저는 어떤 상대가 나와 다를지언정 그 사람을 좀 더 이해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 걸 넘어서 같이 연대할 수 있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 그래서 저는 그냥 내 곁을 내어주고 연대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Q7. 이경희 회원님께 질문드리고 싶은게 있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민우회에 100만 원을 후원해주셨어요. 그때 어떤 마음이 들어서 후원까지 해주시게 된 것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이경희 회원 : 이게 언제적 일이야. (웃음) 아마 그랬던 것 같은데... 그나마 어렵게 만들어 놓은 여성가족부까지도 윤석열 정부에서 없애려고 했을 때 뭔가 지역에 있는 여성 활동을 하고 여성 운동을 하는 사람들한테 그냥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힘들지만 옆에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 보지요?
희동(인터뷰어) : 민우회였던 이유가 있나요?
이경희 회원 : 여성 의제에 도움을 주고 싶었으니까요. ‘여성’민우회잖아요.
희동(인터뷰어) : 뭐 더 설명이 필요 없고 '여성'하면 당연히 민우회가 떠오르신 거군요?
이경희 회원 : 그럼요, 당연하죠. 내 옆에 민우회가 있어서 얼마나 좋아요.
Q8. 이곳 친환경자원순환센터에 대해서 홍보 겸 설명을 부탁드려요.
이경희 회원 : 기후 위기에 어쨌든 위기감을 느끼거나 무엇이라도 해야지 생각하는 사람들, 어떤 문제들이 있으면 뭐라도 바꾸어 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의 활동을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고 그들의 방문을 환대하는 곳. 그래서 그 사람들의 활동이 외롭지 않도록, 지치지 않도록 하는 곳. 폐지나 페트병을 모을 수도 있고 무엇을 고쳐나가면서 물건을 아껴 쓰는 사람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구청의 정책이든 시의 정책이든 국가의 정책을 바꿔 나가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그런 다양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환경적으로 실천하는 이들이 환대받을 수 있는 곳이에요.
이경희 회원 : 이 공간에도 작은 자원을 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런저런 고민을 했는데 뭉몽만남(카페)이 '지구자원구출센터'라고 하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서, 민간에서 하는 좋은 활동을 공공이 연결해서 확장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지구자원구출센터' 2호를 여기에 두게 되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1호는 어디 있냐?"고 물으면 "뭉몽만남에 있어요!"라고 말하죠. 이렇게 뭉몽만남의 활동을 저희가 응원한다는 것도 보여주고 또 어떤 민간의 다양한 활동들을 같이 연계해서 확장해 나갈 수도 있다고 하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습니다.
희동(인터뷰어) : '지구자원구출센터'라고 하는 건 정확하게 어떤 기능을 하나요?
이경희 회원 : 재활용하기 어려운 것들, 그다음에 너무 작아서 재활용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 이를테면 폐전선 같은 것들요. 재활용뿐만 아니라 모으면 재사용이 되는 양파망, 안 쓰고 있는 문구, 실리콘이나 초소형 가전, 레고 블록이나 이런 것들을 종량제 봉투에 버리지 않고 모아서 재활용을 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Q9. 이번 탄핵 집회 때 친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다회 사용 가능한 컵을 빌려주셨는데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축제나 집회 때 나오는 일회용 쓰레기들이 아직도 많잖아요. 이런 걸 좀 줄이고 기후 위기 대응을 하기 위해서 참여자 개인과 집회 주최 측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을까요?
이경희 회원 : 집회뿐만 아니라 다중이 모이는 축제나 집회에서 쓰레기 없는 축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죠.
우리 다들 놀 때는 편하게 놀아야 하니까 일회용품을 사용하고요. 예를 들면 어디 야유회를 간다거나 뭐 그럴 때 누군가의 다회용기를 쓴다는 건 노동이 필요하니 그냥 모두가 평등하게 쓰레기를 생산하는 야유회를 가게 되는 그런 거잖아요. 그런데 예전에는 야유회를 가는 회사들 내부엔 다회용기가 많이들 있었어요. 또 마을마다 장례식이 있으면 집에서 장례를 치르니까 다른 집에서 용기를 다 빌려서 썼던 적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주 오래 전 일은 아닌데 그사이에 다회용기를 다 폐기한 이유가 이제는 동네에서 안 치르기도 하고, 회사 야유회 같은 것들이 적어지면서 다회용기를 굳이 둘 필요가 없어지기도 했고요. 어차피 1년에 한두 차례 하는 행사에 그냥 일회용기를 쓰자는 흐름이었겠죠. 아마 집회도 한 번 하는 집회였으면 그렇게 다회용기 고민을 안 했을 수도 있었어요.
이번 윤석열 탄핵 때는 집회를 매일 하다 보니 발생하는 쓰레기에 대한 대안들을 좀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계속 관계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보니까 축제에 일회용 컵이 많이 쓰이는 이유는 1년에 한 번 하는 축제에 다회용기를 엄청 구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우리가 옛날보다 만나는 규모, 빈도 같은 것들이 사회 곳곳에서 줄어들기도 한 것 때문인 것 같거든요. 우리 사회 안에서 회원들 커뮤니티든 사람들 간에 불특정 다수와의 만남이나 공동체성이 약화된 것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 진단을 한다고 하면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요.
축제나 집회 때 쓰레기 없는 행사에 대해서는 (시민들이)공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환경 축제에서만 쓰레기 없는 축제나 쓰레기 문제에 불편해하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 탄핵 집회를 할 때 보면 서울이나 광주 한편에서 계속 쓰레기 없는 집회가 이야기되고 실천되고 그러니까요. 그래도 쓰레기가 여전히 많이 나오긴 해서 100% 쓰레기 없는 집회를 할 수 있을지...
여름 회원 : 일단 피켓 자체가 너무 많이 버려져서...
이경희 회원 : 이번 집회에 사람들이 뜨개질로 탄핵 피켓을 만들어서 들고 다니는 거 있더라고요. 그래서 탄핵이 되고 나면 그 실을 다 풀어서 다른 걸 쓸 수 있는 거죠. 이런 것들도 고민하는 걸 보면서 모두가 똑같이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다양한 시민들의 상상이 쓰레기 없는 집회에서 공유되는 게 저는 되게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집회를 추진하시는 분들이 다회용기 제안을 먼저 해주셔서 저희는 다회용기를 빌려줄 기회가 생겨 너무 좋았었죠. 사실 처음에는 분실에 대한 우려가 컸거든요. 다회용이라고 하는 이름의 일회용이 될까 봐 걱정했는데 분실률이 정말 낮았어요.
젬마(인터뷰어) : 그래서 그걸 보고 제가 민우회 후원행사에서 이 다회용 컵을 대여해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셨던 분들도 그렇고 커피차 하시는 분들도 이런 거 처음 봤다고 이렇게 할 수도 있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고요.
희동(인터뷰어) :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집회에서 플라스틱 다회용 컵을 주고 수거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못 해본 것 같거든요. 이걸 대여하고 다시 반납하고 재활용을 할 수 있다는 그 광경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고 좋은 쪽으로 충격이었어요.
이경희 회원 : 그걸 제안한 게 여성단체연합이에요.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정희연 사무국장님 이름으로 써주세요. 우리 정희연 사무국장님께서 그 제안을 하셨고 저희가 빌려드린 것일 뿐이고요.
젬마(인터뷰어) : 진짜 좋았던 거 같아요. 뉴스에서 보면 서울이나 수도권, 한강, 축제 등에서 다회용기를 많이 쓴다고 봤는데 광주까지 오려면 멀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번에 광주도 시도하면 된다는 생각이 좀 들고 이게 많이 알려져야 어떤 축제나 행사 같은 곳에서 사용할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이경희 회원 : 이제 그런 다회용기 대여센터에서만 대여가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와 기관에서도 이런 다회용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공유할 수 있게 되면 좋겠죠.
여름 회원 : 어쨌든 다회용기도 공공의 자산인 것처럼 그 자산을 소유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가 지역 곳곳에 있다 보면 굳이 먼 곳에서 저희 센터까지 찾아오지 않아도 이웃한테서 빌리고, 반환할 때 세척은 다른 업체에 맡긴다든지 이런 식의 상상들도요.
Q10. 곧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데, 에코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정부가 바꿔야 할 중요한 핵심 요인이라고 하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경희 회원 : 생명 가치 존중.
희동(인터뷰어) : 너무 좋네요. 너무 맞는 말이죠.
이경희 회원 : 모든 것의 본질은 그거잖아요. 생명 존중. 그것의 바탕에 인권과 생명권이 깔려 있는 건데 사실 계속 성장을 하려면 어딘가에게 착취가 필요한 거잖아요. 지금 우리가 여전히 성장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는데 이게 우리에게 언제까지 유효할 거냐 하는 질문을 해야죠. 그래서 다음 4년 동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지금 우리에게 여전히 성장은 유효한가’에 대해서 좀 성찰적으로 접근을 했으면 좋겠어요.
'잘사니즘'이란 말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데, 잘 사는 것에 대한 평가 가치를 어디에 둘 거냐가 중요하죠. 우리가 갖고 있는 부의 가치들을 잘 분배하고 모두가 평등하고 존중받는 게 잘 사는 것 아닌가. 인간의 쾌락과 즐거움을 위해서 더 힘없는 생명의 공간들을 파괴하거나 그 공간에 거대한 개발 프로젝트를 하거나 하는 것이 잘사니즘인가? 인간으로서 우리는 잘 산다고 할 수 있나? 어쨌든 우리가 잘사니즘이란 용어의 정의를 경제적인 걸로 보지 않고 사회문화적인 걸로 같이 봤으면 좋겠네요.
여름 회원 : 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윤석열 정부 때 폐지 유예가 됐었는데 다시 그 제도가 정착돼서 카페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좀 더 줄어들고 시민들도 일회용품보다는 텀블러나 다회용기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게 그런 제도가 뒷받침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유예되고 폐지됐던 재생에너지라든지 이런 정책들이 다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설계돼서 시민들한테 제공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에 에코에이블리즘에 대한 교육을 들었는데요, 친환경을 얘기하면서 장애를 차별하는... 예를 들어서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빨대로만 음료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잖아요. 아니면 일회용 의학 기기나 생리대, 기저귀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너무 비장애인이나 다양하지 못한 기준으로 환경적인 걸 얘기하지 않나 하는 그런 교육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환경의제에서도 장애를 가졌든 아니든, 소수자든 아니든, 생명이든 동물이든 그런 사람들과 같이 고려될 수 있는 어떤 다양한 관점의 환경정책도 있을 수 있고, 그런 것들도 이번 정부에서도 충분히 논의해 보고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11. 두 분에게 민우회란 어떤 의미인가요?
이경희 회원 : 민우회는 민우회.
여름 회원 : 말 그대로 친구.
다음 인터뷰 대상자에게 넘기는 릴레이 질문!
이경희 회원 + 여름 회원 : 당신은 어떤 것을 민우회와 함께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