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소식지
[민우통신문 2024-3호] 다솜누리는 매일매일3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11-24
- 조회 수
- 52 회
안녕하세요, 이번 호의 [다솜누리는 매일매일]을 작성하게 된 활동가 희동입니다. 아직까지 따뜻한 날씨이지만 점점 추워지는 것이 느껴지는 11월이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따뜻한 겨울나기 준비를 하고계시겠죠?
하반기의 다솜누리엔 작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쉼터 이곳저곳에 그림과 사진이 늘어났답니다. 이 사진들은 하반기에 새로 입소한 지적장애인 다솜인의 쉼터 생활 이해를 돕기 위해 배치되었어요.
다솜누리는 일반보호시설로 장애인보호시설이 따로 있다보니 비장애인 입소자들이 대다수였어요. 그러다보니 지적장애인을 직접 만나고 지원하는 일이 저로서는 처음 겪는 상황이었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시는 것을 보며 당황스럽기도 쉼터 생활이 불편하신가 많이 고민도 했었답니다.
제가 질문을 해도 대답 대신 웃기만 하시거나, 생활 규칙을 듣고 나서도 여러 번 어기시거나, 식사 전에 간식을 너무 많이 드신다거나 하는 행동들이었어요. 자세하게 적을 순 없지만 그 외에도 저희가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지 고민이 되는 행동들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활동가들도 어떻게 지원을 하는게 좋을지 평소보다 훨씬 많은 회의를 했었어요.
결국 다솜활동가들끼리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아 그때부터 지적장애인의 이해에 관한 교육을 통해 역량강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활동가 분을 모셔 지적장애인의 특성과 그들을 오래 지원해오신 분들의 지원방법을 들은 것이 초반에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언어적 정보보다 시각적 정보를 더 쉽게 이해하시는 지적장애인의 특성상, 제가 한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보통 웃으면 상황이 흘러가기 때문에 웃기만 하셨던 것이죠.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소통을 한 것인데, 우리는 비장애인의 소통방식이 아니면 소통이 안된다고 생각한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짧고 명확한 문장을 통한 질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지적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곧 지원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어요. 일상에서의 지원은 장애인권활동을 오래하신 유관기관들과의 사례회의를 거쳤는데요. 언어로 쓰인 설명이 아니라 그림이나 사진, 영상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교육하거나 기계 옆에 시각적 자료를 추가할 것을 팁으로 얻어왔답니다. 그래서 지금 다솜누리의 분리수거 통에는 ‘유리’ ‘플라스틱’ 대신 통에 맞는 물건 사진이 프린트되어 붙어있어요. 전자레인지의 다이얼 숫자 ‘2분’ 옆에는 햇반 그림이 그려져있답니다. 샴푸,린스,바디워시의 위치와 사용법, 세탁기 사용법에 관한 자료도 만들어야 해서 아직 갈 길이 멀답니다.
함께 생활하는 다른 다솜인들도 처음엔 어려워했지만 새로운 입소자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거친 뒤에, 지금은 이해하기 쉬운 방식의 설명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시게 되었답니다. 최근에는 다솜생활 규칙을 그림으로 직접 그려주시기도 하셨어요. 활동가들보다 더 차별의 시선 없이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에 활동가들 모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크게 자랑하고 싶어요.
아직 생활지원에 있어서 고민하는 점, 걱정되는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활동가들도, 모든 다솜인들도 같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깨달음과 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다솜 활동가들 모두 현재의 다솜누리가 얼마나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환경이었는지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어요. 장애와 비장애가 따로 구별되어 지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몰랐던 상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모두에게 접근이 더 쉬운 환경을 만들어 이렇게 함께 생활한다면 그건 비장애인에게도 더 편한 생활로 이어지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장애와 비장애가 같이 지낼 수 있는 다솜, 더 크게는 지역사회를 상상하며 이번 달의 [다솜누리는 매일매일]은 여기서 끝맺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