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소식지
[민우통신문 2024-3호] 룰루랄라 치치킹킹 후기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11-24
- 조회 수
- 83 회
룰루랄라 치치킹킹 후기
역사는 때로는 느리게 흐르고 퇴보하는 때가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 나아감에는 여성들의 연결, 연대가 분명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여성운동도 피해자들의 용기와 연대자들의 연결로 만들어졌고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미얀마는 2021년 2월, 군부의 쿠데타 이후 여전히 내전상태이며, 군부에 저항하여 미얀마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저항운동을 3년 넘게 진행 중입니다. 점점 심화되는 분쟁은 미얀마의 법치를 무너뜨리면서 다른 형태의 성적, 성별에 기반한 폭력도 급격히 급증하고 있으며 여성과 여아들에 대한 오래된 학대, 성폭력 및 젠더폭력 패턴을 악화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불어 최근에는 시민군에 의한 젠더폭력까지 더해지고 있어 많은 여성들이 불안과 무기력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룰루랄라(자유롭고) 치치킹킹(평화로운) 사업은 (사)아시아 여성네트워크가 주관하여, 태국 메솟의 미얀마 여성 및 활동가를 대상으로 역량강화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다솜누리는 성폭력예방교육 5회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희가 만난 교육 대상은 미얀마에서 대학교수, 교사, 공무원, 전업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일상을 살다가 내전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국경을 건너 태국에서 자유가 속박된 채 난민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참여자들의 후기
참여활동가의 후기 * 참여 활동가 : 봄봄, 포키, 도비, 희동, 원더
* 인터뷰 참여 활동가 : 봄봄, 원더
아래 인터뷰는 강의를 진행했던 두 활동가의 문답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룰루랄라 치치킹킹’은 우리에게 000이었다)
1. 지난 기획시작했던 3월부터 강의를 마무리한 9월까지 거의 반년동안 진행한 사업이 끝이 났는데요. 끝 마치고 난 소회가 있다면?
봄봄: 시원섭섭??!! 시원이 한 90이고요, 섭섭이 10!(하하하), 의미를 찾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머리 한 켠에 묵은 과제처럼 계속 달고 있었던것 같아요. 민우회 자체 사업으로 우리가 기획하고 했으면 부담이 덜했을 것 같은데, 다른 단체와 연대한 사업이어서인지 내내 부담감이 있었어요.
원더: 저도 두 가지 감정이 들었어요. 저는 시원한 것보다 아쉬움이 훨씬 더 컸던 것 같아요 내내 계속 고민됐던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끝까지 답을 못 찾은 느낌. 과연 그분들한테 가닿았을까. 실질적으로 도움은 되는 것일까 통역을 거치다 보니까 전달은 잘 되는 것일까 계속 걱정스러운 감정이 남았던 것 같고요 두 번째 감정은 이제 아쉬움하고 또 다른 또 결이 있는 것 같아요 이분들과 연결된 느낌?
봄봄: 맞아요 맞아요.
원더: 다솜누리의 입소자 이상으로 제가 너무 긴 시간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마음을 너무 쓴 것 같아요 기회가 다시 온다면 한 번 더 만나고픈 마음이 있습니다.
2.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다거나 어려웠던 순간이 있다면?
원더: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고 어렵고… 개인적으로 제가 갖고 있는 강의 경험이나 데이터의 부족도 있지만 이 사업의 방향이나 교육 대상에 대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 디테일을 채우는 것이 어려웠어요
봄봄: 맞아요 기본 스케치가 되어 있어야 여기다 뭘 색칠해 볼까 뭘 해볼까 하는데 그게 잘 안되니깐 막막했던 것 같아요.. 저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저의 첫 회의인데요
원더: 하하하 아 그날이요! 정말 큰일이 났다 싶었지요
봄봄: 현지 활동가들과 처음 만나는 회의였는데, 통역해주는 선생님의 한국어를 5%도 알아듣지 못 하겠더라구요 이번 강의가 통역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내 말이 전달되고, 참여자들의 피드백도 통역을 통해 우리가 전달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통역사의 말을 거의 못 알아 듣겠는거죠. 그리고 통역사가 한국의 젠더 용어들을 이해하고 계시는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강의 시나리오를 써서 통역사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도 고민하게 되니깐 그것도 어려웠구요.
원더: 통역하시는 분이 정말 진짜 애쓰신 거는 아는데 질문이 갔는데 다시 돌아오는 답변이 뭔가 핀트가 조금씩 어긋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봄봄: 첫번째 강의에서 미투 운동 부분을 다뤘는데, 안희정 도지사 미투 사건을 사례로 쓰려고 하니까 이것도 어떤 단어로 어떻게 풀어야 될지 모르겠는 거예요. “유명 정치인”정도면 조금 더 알아들으실까. 이런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원더: 저는 중간에 강의가 펑크날뻔 했을때요 부담이 계속되었던 상황이고 컨디션도 너무 급격하게 안 좋아졌는데 그날 봄봄이 저와 강의 일정을 바꿔주셔서 얼마나 다행이었던지요
봄봄: 혼자 다섯 강의를 이어 갔으면 얼마나 부담이 컸을까 싶어요.
3. 반대로 가장 뿌듯하거나 기쁜 순간이 있다면?
봄봄: 저는 두 강의밖에 하지 않았는데요. 그런데도 참여자들이 진짜 집중해 있는 게 느껴져서 더 연결감을 느꼈나 싶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두 번째 강의할 때 한 분이 표정도 안 좋고, 강의 내내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처럼 계셨거든요.
줌으로 하면서 표정도 살필 수 밖에 없는데. 저 분이 뭔가 지금 불만족스러우신 건가, 지금 상황이 안 좋은 건가 싶었어요. 그런데 강의 끝나고 소회를 나누는데 그 분이 그날 저녁, 혈압이 너무 올라가지고 쉬어야 되는데도 참여 못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그냥 끝까지 버티고 계셨다는거에요.
그 때, 나라면 의무 참여도 아니고 컨디션도 안 좋은 상황에서 저 분처럼 참여할 수 있었을까 싶더라구요. 그런데 그분은 끝까지 계셨잖아요. 그걸 버티고 계시던 마음은 뭘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원더: 저도 봄봄과 비슷한 것 같아요. 5회기 내내 비슷한 참여자 수가 채워졌고, 어렵다고 하시면서도 참여하시고, 마지막 즈음엔 저도 그 분들의 별칭을 부르면서 피드백을 주고받고 하는 것까지 됐던 것 같아요. 시작할때 낯설고 어려웠기만 했는데, 그 들이 처한 상황 속의 어려움들도 공유하고 고민도 이야기해주시고 의지하는 마음을 계속해서 표현해 주셨고요. 5회기 마지막 강의 때는 마지막 인사까지 다 나누고 봄봄도, 아시아여성네트워크 선생님도 다 나가셨는데. 몇 분이 계속 안 나가시고 저에게 인사를 해주시는 거에요 그때 정말 울컥해버렸어요ㅠ (로지, 디셈버! 고마워요~)
4. '룰루랄라 치치킹킹'은 나에게 000이다.
봄봄: 나에게 미얀마 프로젝트는 “ 해냈다!!”이다 “해냈다!!”
정말 저는 이 프로젝트를 해낸 것만으로도 아이고 아이고.. (토닥토닥)
원더: 저한테는 “나의 세계의 확장”이다 「오키쿠와 세계」라는 일본 영화에서 “자네, 세계라는 말을 아나?” 라는 질문이 나오거든요
영화 이후에도 가끔 나에게 세계는 어디까지일까 이런 생각을 할때가 있어요. 단순히 사전적 의미나 물리적 거리를 벗어나서 내가 돌봄이나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정서적 거리의 사람들이 결국 나의 세계가 아닐까, 더 나아간다면 여성주의 운동을 하고 있는 이 운동권 바닥 정도? (전 지구적인 마인드를 아직 갖지 못했어요;;) 그 외엔 추상적이었는데, 미얀마의 여성들, 구체적인 얼굴들이 나의 세계에 들어와버린, 또는 내 세계가 그들에게까지 넓어진 느낌이에요.
5. 미얀마 현지에 계신 여성들이 이 글을 읽는다고 전제하고(진짜 번역해서 보낼까요? 감사장의 답장처럼^^)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지..
봄봄: 마지막 강의 때도 이야기 드렸던 것 같은데요. 제가 발딛고 사는 이 곳 광주에서도 1980년 민주화운동이 크게 있었고 많은 희생자들이 나온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몇해 전부터 당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용기를 내서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하고 있구요. 역사는 때로는 느리게 흐르고 퇴보하는 때가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 나아감에는 여성들의 연결, 연대가 분명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여성운동도 피해자들의 용기와 연대자들의 연결로 만들어졌고 나아가고 있으니깐요. 용기를 잃지 말고, 우리 얍 얍. 힘내보아요.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 마지막으로 ‘아시아여성네트워크’를 소개하자면 민주주의와 인권의 정신에 기반하여 아시아 및 개발도상국 여성들과 상호 협력하고, 모든 여성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설립되었습니다.
2018년부터 미얀마 분쟁지 실향민 여성의 정서 지원을 목표로 하는 소규모 프로젝트로 활동이 시작되었고, 2021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하여 꾸준히 여성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시아여성네트워크’를 후원하고 싶으시다면
후원 계좌: 광주은행 1107-021-318354 (사) 아시아여성네트워크
-더불어 민우회 후원도 기다립니다아아아아아아!!!
원더: 내가 내 삶의 자율성이나 통제권을 잃어버릴 때 사람은 무기력 해지는것 같아요 내가 원해서 이렇게 된것이 아니라 내가 어찌 할 수 없었던 무언가가 나를 힘들게 할 경우 말이에요 그럴때는 작은 부분이라도 삶의 통제권을 가져오는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하루에 한번 작더라도 의미있는 일을 실천해보세요 별거 아니지만 스스로 마음을 먹어서 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은 내 삶의 의미를 찾아오고 활력을 가져오는데 중요합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아요. (이미 그렇게 하고 계셔서 저희가 연결된 것이지요^^) 그렇게 나를 먼저 돌보고 그리고 주변에 있는 여성들과 서로 돌보는 느슨한 연대의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부디 이 시기를 잘 지나고 다시 만나요.. 이렇게 안부를 전해봅니다.
미얀마 여성단체 네트워크에서 광주로 보내 온 감사장
이어지는 반가운 소식
(사)아시아여성네트워크에서 공모한 사업이 선정되어, 내년에 미얀마-태국 국경지대 매솟에서 젠더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쉼터, 상담센터, 폭력예방교육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기쁜 소식이!! 줌에서 만났던 얼굴들이 스쳐지나가면서~~ 너무너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