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소식지
[민우통신문 2024-1호] 항심책방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05-11
- 조회 수
- 332 회
항심책방
항심 (광주여성민우회 회원, 성교육강사)
어린이날을 앞두고 무슨 책을 읽을까? 책장 앞에서 잠깐 고민했다. 망설이지 않고 집어든 책은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심윤경,사계절) 어찌나 다정한지 읽는 내내 치유의 공간에 엎드려 있는 것 같다.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할머니는 그 작은 공간을 조용한 사랑으로 채워놓았고, 나는 그 사랑 속에서 숨 쉬고 뒹굴며 자랐다."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내게 늘 낯설다. 내게는 멀고 먼 세계에 있는 존재가 할머니다. 지직거리는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있고 누렇게 반들거리는 장판이 있는 할머니의 작은 방에서 맘 놓고 떼를 부리고 있는 어린이를 상상해 본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무엇을 해도, 그저 장하다고 등을 두드려주는 존재가 머무는 작은 공간에서 몸과 마음을 판판하게 펴고 뒹굴거리는 어린 사람은 어떤 존재가 될까? 기쁘게 그려본다. 평화가 햇빛처럼 고루 퍼져있고 사랑이 공기처럼 가득 차 있는 할머니의 작은 방이 학교 교실로도 연결되고 어느 집 거실로도 연결되고 놀이터 한 귀퉁이로도 연결되면 좋겠다.
어린이들이 있는 곳에 교육을 가게 되면 할머니의 작은 방을 마음에 담아가고 싶다.
겨우 40분, 나와 머무는 그 일시적인 공간에 자잘한 평화가 굴러다니고 사랑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멋대로 앉아있어도 그저 맘이 편안해지는, 그런 정서 같은 것이 뜨뜻하게 차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