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소식지
[민우통신문 2024-1호] 초보 성교육 강사 이야기 1 : 첫마음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05-11
- 조회 수
- 344 회
초보 성교육 강사 이야기 1 : 첫 마음
무도 (광주여성민우회 회원, 성교육강사)
어떤 직업을 갖기를 간절히 바란 적은 없다. 다만 공부를 하면서 내가 ○○가 되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를 상상하곤 했다. 그렇게 이용자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사서가 되려고 노력했고, 뒤늦게 성교육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상상이 시작됐다.
한살림생협에 가입하고 장일순 선생님과 동학을 접하면서 세상 모든 만물은 존엄하니 하늘처럼 대해야 한다고, 어떤 것도 함부로 대해선 안된다는 철학을 품고 산다. 민우회 활동을 하면서 이곳의 활동들이 나의 철학적 지향과 닮았다는 것, 그런 지향과 첫마음을 잊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만약 성교육강사가 된다면 ‘존중’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 배제가 일어나는 것이 각자의 존엄함에 대해 자각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어서. 내가 소중한 만큼, 내가 소중히 대해지길 바라는 만큼 다른 사람을 대한다면 폭력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바람을 담아. 또 나라는 사람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알아내고 자신을 인정하면서 자기다운 삶을 살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 사회적 시선, 규범에 끌려가지 않는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전하고 싶었다.
내가 처음으로 성교육을 하게 된 곳은 특성화 고등학교였다. 중학교도 아니고, 고등학교에 왠지 거친 느낌이 가득할 것 같은... 선입견을 갖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순진하고 착한 아이들이 꽤나 많을거라고 중학교 선생님인 동생이 토닥여주지 않았다면 그나마의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을지. 다행히 처음 만난 반 친구들이 화답을 잘 해준 덕분에 한시름 놓았다. 그다음 주 다른 반 수업 들어가는 길에 나의 첫 학생들에게 전해줄 편지와 간식을 챙겨 학교에 갔다. 나의 첫 마음이 이 편지 안에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