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소식지
2022-03 광주여성민우회 통신문 <기획 칼럼> 아동 진술녹화 증거 채택 위헌 관련 현장의 입장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9-15
- 조회 수
- 330 회
아동 진술녹화 증거 채택 위헌 관련 현장의 입장
광주해바라기센터(아동) 부소장 김상아
지난해 12월,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영상 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는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2018헌바524). 해당 조항은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진술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겪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재판과 고소 결정에 미칠 영향이 예상되기에 사회 각계의 우려와 더불어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통합적인 지원을 하는 실무 관점에서 매우 유감이다.
여러 우려 속에서도 가장 크게 걱정이 되는 부분은 얼마나 많은 미성년 피해자들이 법정에 나가 증인신문을 하게 될지다. 피고인 측은 미성년 피해자들을 법정에 세워 정말 잔인한 신문을 통해 심리적 고통을 주며 진술을 흔들려 하고 위협을 하는 등 피해자들이 2차 피해 겪는 상황들이 그동안에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위헌 결정 직후부터 미성년 피해자들에게 증인 소환장이 날아오고 있다. 친족 피해를 입은 미취학아동을 피고인 측에서 증인 출석을 요청하자 재판부는 받아들였고 증인 출석을 앞두고 있다.
미성년 피해자들은 진술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매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그 과정이 트라우마가 된다. 하물며 다소 안정적인 장소(해바라기센터)에서 진행되는 진술에도 힘들어하며 고소 진행을 망설이는데 미성년들에게는 공간 자체가 주는 위협감을 안고 법정에 서야 하는 경우는 소위 ‘멘붕’의 상태가 되고 만다. 증인 출석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첫 반응은 “안 나가면 안 돼요? 안 나가면 제 말이 거짓말이 되는 건가요?”라며 “그냥 저 다 포기할게요, 고소도 취소할게요”라고 한다. “잘못한 사람은 그 사람인데 왜 나에게 이러느냐”, “왜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느냐”..
법정에서는 반복적이고 구체적인 피해 상황에 대한 신문, 윽박지르며 피해자 탓을 하는 피고인 측 변호인의 신문에 눈물을 보이며 온몸을 떨며 힘들게 답변하거나 아무 말도 못 하는 피해자들. 오랜 심리치료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던 피해자들은 법정 증인 출석 후 다시 고통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무죄 판결에 피해자들은 자신이 증언을 잘못하여 무죄가 난 것이라며 자책하고 좌절한다.
피해자들에게 법정은 매우 두렵고 권위적이고 위협적인 공간이다. 법률용어는 매우 어렵다. 반대신문은 매우 수치스럽고 치욕적이다. 미성년자와 장애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더불어, 위헌 결정 이후 수사기관은 고소 진행 시 법정 증언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다. 피해자는 망설인다. 그리고 포기한다. 내 자녀가 받은 피해도 고통스러운데 자신이 고소를 진행하여 더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게 할 것 같아 포기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지켜본 위헌 결정 이후의 상황이다.
여러 유관기관 및 단체에서 위헌 결정에 항의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법무부와 여가부에서도 2차 피해를 줄이고자 부처 간 방안을 논의하고 검토하고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여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피해자의 입장에서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간절히 바란다. 국가는 특수성을 지닌 미성년에게 맞는 제도를 고안하고 그들의 인권과 기본권을 보호할 책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 현장에서는 당장 증인 출석을 앞둔 미성년 피해자들을 보호하고자 지원책을 보완하고 적극적으로 함께 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