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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통신문 2024-1호] 여성 홈리스 인권 교육 후기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05-11
- 조회 수
- 213 회
여성 홈리스 인권 교육 후기
수수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 )
2월 한 달 동안 교육 참여를 위해 매주 서울을 가야 했다. 교육을 마치고 광주로 올 때면 역사나 역 바깥 공원에서 거리 노숙을 하는 홈리스들을 볼 수 있었다. 절대다수는 남성이었는데, 가끔 여성홈리스를 보기도 했다. 다른 것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던 것은 기억에 남는다.
광주여성민우회는 일 년에 두 차례 활동가들 대상 인권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 주제를 어떤 것으로 할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에서 문득, 그때 역사에서 봤던 커다란 가방이 생각났다. 여성 홈리스에 관한 교육을 듣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렇게 홍수경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의 교육을 듣게 되었다.
한국은 2011년에 제정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노숙인복지법)」에서 ‘노숙인 등’을 18세 이상의 사람 중 1)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2)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3)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언뜻 포괄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쪽방 정도만 간신히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더불살이하는 사람, 가정폭력 등으로 주거지에서 안전하게 생활하지 못하는 사람까지 포괄하는 해외 사례에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흔히 ‘홈리스’하면 실직 또는 사업에 실패한 중년 남성을 떠올린다. IMF 당시 홈리스가 사회적 문제로 가시화되며 그렇게 이미지가 굳어지기도 했다. 또 거리 노숙을 해 잘 ‘눈에 띄는’ 홈리스는 대부분 남성이기도 하다. 여성홈리스는 거리 노숙보다는 PC방,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지인의 집을 전전하기도 한다. 주거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쪽방, 고시원, 여인숙 같은 적정 주거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여성홈리스는 폭력에 더 취약하고, 거리 노숙은 그런 점에서 선호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는 여성홈리스의 이 같은 실태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여성홈리스의 수는 적은 게 아니라 집계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앞선 「노숙인복지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노숙인복지법」은 제정 당시에는 여성홈리스의 존재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그나마 2019년 개정되었으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보건위생물품 지원에 관한 조항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여성홈리스에게 보건위생에 관한 물품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여성홈리스에 대한 지원의 단 하나의 조항일 때, 이것은 너무도 문제적이다.
여성홈리스 전용시설은 전국에 단 한 곳, 서울에 있는데 그마저도 홈리스 밀집 지역으로부터 차로 20여 분을 가야 한다. 이용을 위한 접근성이 너무도 떨어지는 것이다. 현실을 반영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선 홈리스가 살아가는 방식, 행동의 이유, 경험 등을 세밀하고 아주 구체적으로 봐야함에도 어떤 것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여성홈리스는 단일한 이유로 홈리스가 되지 않는다. 개인적, 사회적 요소들이 중층적으로 여성을 빈곤으로 내몰고, 빈곤과 젠더가 교차하는 그 자리에 여성홈리스의 ‘문제’가 있다.
광주의 경우, 2021년 광주다시서기지원센터를 열어 홈리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2024년 2월부터는 동구 대인동과 계림동에 있는 쪽방촌에 쪽방상담소 운영을 개시했다. 부족하나마 홈리스 지원을 위한 기초 인프라는 갖춘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젠더 특성을 반영한 홈리스 지원체계가 갖추어질 수 있도록 지역 사회 안에서의 꾸준한 관심과 목소리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