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소식지
[민우통신문 2023-4호] 시나페_ 또니의 좌충우돌 시나페 적응기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3-12-15
- 조회 수
- 288 회
또니의 좌충우돌 시나페 적응기
또니
1. 10. 24
제목 : 슬기로운 공무원 생활
공연 일자 : 12.21.
두 달 남았다.
그사이에 연습하면 과연 좋아질까?
진상 민원인 1, 2, 3, 4중 1, 4, 5를 맡게 되었다.
쌍욕과 삿대질을 하는 역이다.
대사가 짧은데도 잘 안 외워진다.
말 한마디라도 무대에선 너무 잘 보이던데 걱정이다.
무대 위에 나를 보이는 것은 참…. 용기가 필요한 일이구나……. 싶고,
예상보다 더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구나…. 싶다.
나를 향한 집중력.
그런데 나를 보는 것에는 왜 이렇게 강한 저항이 올라오는 것일까.
오직 연습이지 연습.
열심/진심인 감독님과 단원들에게 민폐 끼치면 안 되니.
어제저녁 거실에서 잠시 대사 외우고 연습하는데 듣고 있던 10세 아동 왈
" 엄마, **에 안 좋은 것 같아요." 여기서 **에 들어갈 말은?
2. 11월 초
연습일지(기억하자)
- 모든 행동을 2배로 과장되게 : 그래도 관객은 안 보인다.
- 모든 자신의 첫 대사를 크게. 일단 자신에게 주목시킨 다음 시작해
- 여유를 갖자
- 대사를 했으면 그것을 맺어주고, 그다음 대사로
- 상대방 대사를 ‘지금’ 듣고 ‘지금’ 반응하면서. 혼자 연습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없어. 함께 있을 때 지금 여기서 하고
- 동선하고 대사를 같이 맞춰서.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게
- 연기를 일단 시작했으면 멈추지 말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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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망구)이 쪼매 칭찬을 해주셔서 홀로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망구의 조언
- 또니, 거기서 멈추면 안 돼요. 레벨업 하쑈.
Life goes on and on and on~!
3. 12월 초 연습일지
감독님(망구): 또니, 소리는 진상 민원인인데, 몸은 겁먹었어요.
책상을 '탁' 치면서 야! 하는 순간, 괴물처럼 변하는 거예요.
행동을 크게 관객을 보고 상대방 배우의 소리만 듣는 게 아니라, 말을 '정말로' 듣고, 들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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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만 생각하지 말고 쫄지말고
무대 위에서 상황과 나에게 집쭈우웅.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머리로 일을 하다가 연습실에 도착하여 곧바로 연극 대사와 몸짓을 지어내기가 쉽지 않다.
여유롭게 일찍 가서 몸이라도 풀고 준비운동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게 이렇게 어렵다.
4. 공연 당일
어제 저녁에 챙겨둔 무대 소품들을 가지고 11시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공연은 15시)
소품들을 내리고 나르고 만들고 무대를 세팅하는 것도 직접, 의상과 소품들 배치하는 것도 직접, 그리고 함께.
모든 것들을 '함께' '몸을 써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참…. 충만했다.
무대와 소품과 의상과 동선과 대사와 손과 시선과 동료들의 호흡과. 모든 것들을 뾰족하게 만들어가는 재미.
그리고 그 안에 서 있는 나를 '직시'하고 동료들을 바라보는 것.
당분간 이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5. 후기
업무가 몰아치는 와중에 가장 큰 시간을 베어내어 연습하고 공연을 마쳤다.
업무의 하나로 여기려고 하는데 기존 업무처럼 바로 집중해내지 못하고 멍한 상태로 임하게 되는 나를 자주 목격했다.
대본에 있는 뼈대를 머리에서 가슴으로 끌어와 다시 팔다리로 움직이게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계속 내 틀을 두드려 보았다.
녹화된 영상 속 나를 보니 비음이 어린애 칭얼대듯 하고 발음이 분명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어릴 때부터 지적해놔서 콤플렉스인 부분. (너 다른 데 가서도 그러냐?) 이게 내 본 모습인 것을 왜 자꾸 바꾸려 하는지 속상하고 서운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한번 바닥부터 바꿔볼까? 바꿔질까?
이러저러 나를 만나는 과정이 시릿하지만 기껍다.
[2023.11.21 <ㅇㅇ씨는 왜 그만두고 싶었을까> 공연 사진]
*시나페는 광주여성민우회 페미니즘 연극 소모임으로 '신 앞에서 공연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연극'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SINAFE.MINISM
-공연문의: 062-529-0383, gjwomenlink@gmail.com, 인스타그램 DM
(*공연은 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