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소식지
2022-03 광주여성민우회 통신문 <3.8여성의 날 주간> 여성노동자 인터뷰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9-15
- 조회 수
- 574 회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려요.
A; 저는 요양보호사이고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광주지부 북구2지회 지회장을 맡고 있는 장애란입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지는 14년 되었어요. 장기 요양 보험 제도가 2008년에 도입되었고 고민하던 끝에 자격증을 땄습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다 보니 아동, 장애인, 노인복지에 관심이 있어 봉사활동도 많이 다녔어요. 그러다가 실제 현장은 2019년도에 들어가서 2020년도까지 1년 하고 지금은 노동조합 간부 활동과 지방 선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윤석열 당선인 이후에 돌봄, 지역, 노동, 여성 이슈에서 크게 달라지는 거나 주요한 이슈가 있을까요?
A; 요양보호사를 생각하겠다는 부분. 뭐, 요양보호사 일이라는 것이 대우받으려고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앞으로 줄어들지는 않고 계속 늘어날 텐데 노인을 돌보고 케어하는 요양보호사 인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에 더욱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노동자라고 이야기하면서 거기에 걸맞은 처우개선을 누가 해줄 것이냐 물었을 때 민주당 후보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서로 잘 해주겠다 말은 하지만 국민들은 다 알잖아요. 그렇게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걸..
요양 노동자들의 급여가 얼마 안 되거든요. 최저임금도 안 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몇 년 전에는 10만원을 처우개선비 명목으로 노동자 개인에게 지급을 해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기관에다가 넘기면서 기관 너 네가 알아서 지급하도록 해라 하니 기관장들이 그 비용을 자연스레 기관 운영비로 사용하면서 그나마 있던 10만원도 노동자들이 못 받게 된 거죠. 그래서 요양 노동자들의 반대가 많았는데 맞설 힘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힘을 갖게 되었어요. 처우개선비 문제로 인해서..
광주에서도 시설은 5만원씩 주고는 있지만 재가서비스는(방문요양) 못 받고 있어요. 코로나로 갑자기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거나 자녀분들이 요양보호사들의 감염 문제로 갑자기 오지 말라고 하거나 하는 등 갑작스럽게 해고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재가서비스도 시급제로 운영되니깐 이 돈이 일정하지가 않죠. 3시간씩 5일을 일하면 15시간. 이런 식으로 몇 개를 뛰어야지 한 달에 겨우 5, 60만원 받는 아주 열악한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이걸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요? 저희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사람들인데..
그래서 저희도 준비하고 있는 게 있거든요. 혹시 아실까요? 전국적으로 국공립 요양원이 거의 없어요(듣던 활동가들이 모두 놀람) 광주는 하나도 없고 인천에 한 군데, 경기도에 두 군데. 네 다섯 곳 빼고는 다 사립이에요. 재가센터도 99프로 다 민간이에요. 그래서 개선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때 사회서비스원이라는 걸 만들었어요. 서울이 가장 먼저 시작했고요. 그걸 본떠서 광주도 재 작년에 광주 사회서비스원 밑에 북구종합재가센터가 만들어지고 작년에 서구종합재가센터가 생겼고 올해 4월에 광산구 종합재가센터가 생깁니다. 여기서 15명의 선생님이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선생님들도 시급제에요. 행정에서 봤을 때 케어가 필요한 분이 계시면 이 재가센터를 이용하도록 해야 하는데 당장은 민간에서의 일거리보다는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긴급 돌봄으로 한 시간씩 쪼개서 일하는 경우도 있고 사회서비스원도 시급제다 보니 여기서부터 월급제로 전환을 빠르게 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우선적으로 시급하게 해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일 좋은 건 민간이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거죠.
요양 노동자들이 50대에서 70대까지 나이대가 다양하거든요. 나이가 먹어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기분 좋게 일하기에는 열악한 노동 환경입니다. 근골격계, 피부질환 등이 생겨도 병원에 갈 시간이며, 병원비 지원조차 없기에 선뜻 나설 수 없습니다. 시설은 더 열악한데요. 저도 저녁에 2명이서 26명의 어르신들을 봐야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야간근무 15시간 중에 7시간은 휴게시간이라고 적혀는 있어요, 그럼 한 분이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별도의 공간이 아닌 곳에서 과연 충분한 휴식과 수면시간이 보장이 될까요? 시설은 공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인 것이죠. 잠깐의 휴식시간에 다른 한 분의 선생님이 혼자 26명의 어르신들을 봐야 해요. 화장실 가다 혼자 넘어지시기라도 하면 그때 근무한 노동자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죠. 그래서 저희가 요구하는 건 현재 어르신 2.5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 배정을 1명당 1명으로 배정하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주간, 야간, 오프 스케줄에 맞춰 일을 하다 보면 주간에도 적게는 4~5명 많게는 어르신 6~7명도 보기도 합니다. 야간은 두 명이서 26명을 고스란히 보아야 하죠, 돌봄 노동자들이 부족할수록 노동강도는 엄청나겠죠? 두 눈 감고, 두 입 막고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이 많죠.
Q. 일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엄청 많죠!! 옛날 일 이야기하시면서 웃으시기도 하고 춤도 추시고 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다가도 요양보호사 하기 잘했다. 뿌듯합니다. 그런데 정성껏 돌봐드리다가도 판단력이 흐린 분들이시라 매일매일 버라이어티 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해 힘들 때도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정신적으로 힘들면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잘 안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어르신을 케어하는 과정에서 CCTV 상의 행동으로 오해를 사서 억울하게 일을 그만두셔야 했던 선생님도 계셨고요.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해결 방안도 다르게 접근을 해야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요양원에서 어린 축에 속하다 보니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역할도 했고, 벨을 누르면 제일 먼저 뛰어다니는 역할을 도맡아 했습니다. 어르신 모두가 왕년에는 다양한 생활들을 하셨던 분들이라 선생님, 운동선수, 농사지으신 분 등 직업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옛날이야기도 재밌게 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1주일에 한 번씩 검사를 하다가 2번씩 검사를 해야 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는데요, 검사 기간에는 모두가 긴장상태입니다. 어르신들의 희로애락을 일하면서 그분들의 행동에서 볼 수가 있습니다.
Q. 예전에 어떤 실태조사를 봤더니 돌봄 영역에서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피해가 많다던데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가요?
A. 노동조합에서도 폭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저 같은 경우도 맞아서 멍이 든 적도 있고 물린 적도 있어요. cctv에서는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보니깐.. 옆에 있는 보호사들이 증언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물리고 뜯기는 경우는 다반사입니다. 입에 담기도 힘든 욕을 들은 적도 많고요. 1차로 어르신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말씀드리고 관찰일지나 보고를 하여 어르신을 잘 살펴야 합니다. 보호자에게도 알리고, 방문하는 의사선생님께 보고를 해야 하고 수시로 소통을 해드려야 합니다. 아주 심하면 어르신과 분리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주로 요양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혼자서는 대응하기 힘드니깐 정말 노동조합이 필요한 거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가 더 노력해야죠.
Q. 우리가 같은 여성운동의 영역에 있어도 여성 노동 영역과 반성폭력 운동 영역에서 만나는 지점이 많지는 않은 거 같아요. 혹시 저희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이나 연대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까요?
A. 작년에 광주여성민우회 모두의 평등팀과 돌봄 노동 관련 간담회 하고 이후에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관련한 기자회견을 했었는데 그때 민우회 활동가들이 오셨었어요. 그렇게 들어주는 것이 제일 먼저일 것 같고, 실은 현장에 같이 들어가서 하는 게 제일 좋긴 하죠(함께 웃음)
그렇게 함께해 주는 것만으로도 저는 너무 좋고 이런 내용들을 회원이나 지인분들에게 이야기해 주시고 노동조합이 있더라 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일이죠. 조직이 늘 가장 큰 성과로 남는 거니깐요. 민우회에서도 노동조합의 실태를 더 알고 싶다고 하면 편하게 문 두들겨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주변에 요양보호사들 정말 많아요. 이모, 고모, 고모의 지인분들. 그런 분들께 노동조합 한 번 찾아가 보시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시는 민우회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A. 단순히 내가 늙어서 나 편하게 노후를 즐기고 가겠다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의 존엄성을 알아가야 하는 과정이고 어떤 대통령이 되든 간에 일괄적이고 평등하게 가야 한다. 불평등하지 않게.
그러려면 돌봄 서비스를 하는 그들의 처우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이 노동자들이 자존감 있게 자신감 있게 노동자로서 일하고 보장받고 후손들이 돌봄 노동이 멋진 노동이구나로 인식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바라볼 수 있도록 그런 환경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 길에 노동조합이 먼저 앞장서 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노동조합의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 편히 문을 두드려 주시고 계속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