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소식지
[민우통신문 2023-3호] 항심책방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3-10-12
- 조회 수
- 419 회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향해 날마다 걸으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여성들이여, 부디 체력을 키워라’였어요. 몸에 힘이 있어야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중요한 사실이거든요. 몸의 힘이라는 것은 날마다 시간을 들여 움직여야만 만들어지는 거예요. 돈은요. 훔칠 수도 있고, 심지어 로또를 맞을 수도 있답니다. (물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긴 하지만요) 그런데 체력은요. 남의 것을 가져올 수도 없고 어느 날 횡재처럼 체력이 뚝 생길 가능성이 단 1%도 없다는 거예요. 오로지 지금 당장 걷든, 달리든, 요가든 뭐든 해야만 체력이 생긴답니다. 이 체력이 있다면 삶을 내 뜻대로 데리고 다닐 수 있답니다.
강화길의 소설 [풀업]의 주인공 지수는 날마다 악몽을 꾸고 새벽마다 깹니다. 머리 없는 사람들이 꿈속에 등장하고 지수는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도망을 다니다가 깨요. 엄마이기도 하고 동생이기도 하고 전세금을 빼돌린 사기꾼이기도 하고 학교의 선생님이기도 한 사람들이 지수의 삶을 자꾸 가라앉히고 있거든요. 그런 지수가 새벽에 운동하는 여자를 눈으로 쫓아가다가 헬스장 등록을 하게 됩니다. 헬스장에서 데드리프트를 하고 스쿼트를 하면서 서서히 몸의 힘을 찾아가고 삶을 제 것으로 찾아오는 이야기예요. 운동해 본 사람은 단박에 압니다. 운동하기 전에는 모르는 것. 바로 몸에 힘이 실제로 채워질 때 생기는 삶에 대한 살아있는 감각이랍니다. 힘들 때, 용기가 없을 때, 변화를 간절히 꿈꾸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누군가가 미워서 미칠 때, 삶이 무료할 때, 슬픔으로 누워있고 싶을 때, 그냥 문을 열고 나가 단 5분이라도 걷는 거예요. 변화는 여기에서 시작되거든요. 물병에 물을 졸졸 채우듯이, 몸에 힘을 채워가다 보면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순간이 온답니다.
함께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무튼, 피트니스]예요. 인권 활동가인 류은숙 작가가 쓴 피트니스 체험기입니다. 인권 활동가로 현장에서 남들 걷어 먹이느라 자기 몸이 허물어진 것도 모르던 작가가 피트니스를 통해 몸의 힘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이 담겼어요. 읽다 보면 당장 헬스장 등록하러 나가게 될지 모릅니다.
부디, 이 가을 몸의 세계가 가진 신비를 체험하는 여성들이 줄줄이 나오기를요.
- 풀업 (강화길)
- 아무튼, 피트니스(류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