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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통신문 2023-3호] 성평등 인식의 정착이 곧 진정한 교육권의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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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작성일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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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인식의 정착이 곧 진정한 교육권의 정립
교사 신조준한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그보다 뜨거운 울분을 토해내던 교사들은 ‘정당히 교육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며 거듭 거리에 나섰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스스로를 투영해 오던 교사들은 각자의 비극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자각했고, 그들의 해묵은 분노와 연대는 들불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교육권의 정립을 원하는 많은 국민의 성원까지 더해지며 작금의 공교육은 강력한 물음과 재출발의 기로에 서게 됐다.
(집회 측 추산) 20만 명이 넘는 교사들이 모였던 지난 9월 2일 집회엔 상담 교사, 전직 교사, 교육대 교수, 서이초 교사의 동기 등이 발언대에 올라 생존과 울분의 경험을 토로했다. 그중에는 작년 세종시 교원평가 성희롱 생존자 A씨도 포함돼 있었다. 가해 학생의 퇴학과 함께 ‘드물게 정의로운 사례’로 매듭지어졌다는 대다수의 믿음과 달리, A씨는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한 채 교직을 떠난 상태였다.
A씨는 “성희롱 사건 이후 질병 휴직을 한 뒤 학교에 복직할 생각이었으나 교원을 보호하기는커녕 자신에게 겁박과 2차 가해를 일삼는 세종교육청 감사실의 행태를 보며 교직 복귀의 마음을 접었다.” 밝히며 집회 참여자의 공분을 자아냈다. 그리고 “‘감사’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가해와 협박을 일삼고, 언론에 거짓 해명을 하며 자신의 명예까지 훼손시킨 소속 교육청 감사실”로부터의 2차 가해를 털어놓았다. 명백한 피해자였던 그에게 교육청이 들먹인 죄목은 ‘공무원 품위 유지의 의무’였다. 성범죄에 의해 피해자의 품위가 훼손되었다는 궤변은 여전히 성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서 찾는 고루하고 착오적인 인식의 발로였다.
전국교사노동조합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교원평가 성희롱을 직접 겪거나 다른 교사의 피해를 목격한 경우는 10명 중 7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 교사 98.7%가 ‘그냥 참고 넘어간다.’ 응답했고, ‘고소나 고발 조치를 한다.’는 응답은 0.3%에 그쳤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사상검증’과 겁박, 성범죄 가해에 대한 미온한 태도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문화 앞에서, 피해자들은 공론화 혹은 법적제재를 망설이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교원평가 성희롱 생존자들이 겪은 온라인의 2차 가해엔 ‘애가 장난친 건데 고소까지 하냐.’, ‘무서운 교사들이다.’ 식의 피해자를 질책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교육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교육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교육권은 교육을 할 수 있는 권리이다. 다시 말하면 국가의 공증을 받은 전문가인 교사가 사회의 질서와 공공선을 지키기 위해 책임을 지고 교육할 수 있는 권리이다. 다시 말하면 교사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정당한 권위를 획득할 수 있어야 하며, 교사를 성별화나 성애화, 대상화한 존재가 아니라 교육 전문가로서 존중해줄 수 있는 학습자의 시선이 전제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을 인간으로서 온당히 바라볼 수 있는 성평등적 인식이 요구되는 권리이다. 그래서 지금, 성평등 인식의 정착이 진정한 교육권의 정립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