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소식지
[민우통신문 2023-2호] 소모임 산타페미 참여 후기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3-06-30
- 조회 수
- 350 회
그냥 간다.
연화성 김인숙
오늘도 이불 속에 누워있다.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이 기분 좋게 스며드는 아침 시간이다. 눈을 떴다가 시계를 보고 다시 눈을 감고, 맞춰둔 알람 소리에 손을 뻗어 끄고, ‘주말인데…. 그냥 못 간다고 취소할까…. 첫날인데…. 가야지...아니야...좀 쉬고 싶어...이불속이 이렇게 편안한데...왜 간다고 했을까...갈까...말까...아 일어나기 싫다...어제도 야근했는데...비라도 오지.....’ 결국 원하는 비가 아닌 햇살을 다시 확인하고...늘어지게 늦잠을 자야 하는 황금 같은 토요일 아침을 기꺼이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하는 게 더 낫고, 갈까 말까 고민스러울 때는 가는 게 더 낫다는 말이 생각났다. 한 달에 한 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산행을 선택했는데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면 결국 후회할 것 같아 문을 나선다. 짧지만 이불 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으로 게으름을 피우던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단 하나! 그냥 가자!
그냥 가자고 생각하니 몸이 가볍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산타페미 첫 산행은 지난 3월 11일 토요일 증심사에서 출발하여 무등산 중머리재까지 코스다. 무등산이라 더 반가웠다. 가까이 있지만 자주 가보지 못했고 언제든 혼자라도 올라야지 했던 산이었는데 첫 산행이 무등산이라 더 좋았다. 생각보다 일찍 증심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뭐지? 단체 카톡에는 방장이 도착했다고 하는데 왜 아무도 없지? 나는 증심사를 둘러보며 사람들을 찾았다. 없다. 등산복을 입고 내 나이 또래 비슷한 여자들이 있는지 다시 둘러본다. 역시 없다. 증심사가 아니라 증심사 주차장 화장실 앞, 오전 9시 반이라고 분명히 기재되어 있는데, 다들 어디 있지? 설마 무등산 진입로 입구는 아니겠지? 증심사 주차장인데…. 카톡방에 남겨진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다. 결국, 나의 오버였다. 나의 실수로 산타페미 참여자들이 무등산 진입로부터 증심사까지 서둘러 올라오면서 숨이 턱에 차는 분이 나타났다. 미안했다. 중머리재에 오르는 동안 그분은 본인의 걸음에 맞춰 중간에 쉬는 것을 선택했다. 더 많이 미안했다. 그렇게 나의 산타페미 첫 산행은 미안함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4월 22일 무등산 옛길 1구간 중 청풍 쉼터까지, 5월 20일 청풍 쉼터에서 무돌길을 걸어 풍암정까지 2차, 3차 계속해서 함께 길을 걸었다.
함께 길을 걷는다는 것, 늘 곁에 있었지만 다양한 아름다움을 지닌 무등산의 멋스러움에 반하는 산행이고 행복한 걷기였다. 지금은 온전히 걷는 즐거움을 느끼고 기대하게 된다.
산타페미는 산을 타는 페미니스트란다. 나는 딱히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다. 스스로 여성이지만 인간이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서로가 처음이지만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다. 다만, 이름보다 별칭이나 애칭으로 불리는 게 아직은 낯설다. 산타페미를 통해 독립영화나 비건 요리 만들기 등 정보를 접하고 체험하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혹시나 오늘도 갈까 말까,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이 있는가. 고민하지 말고 그냥 가자. 그냥 하자. 하늘을 보며 손을 저어보고 발을 뻗어 길을 걸어보자. 먼저 일어나 방문을 열고, 현관문을 열고 그냥 나가자. 어디를 갈까 고민하지 말고 가까운 산으로 가자. 혼자라서 어려우면 산타페미로 가자. 굳이 산 정상이 아니라 함께 걷는 그 자체의 즐거움으로, 같이의 가치를 느끼며 걷자. 다만 그뿐이다. 산타페미 참여자로 산을, 숲을, 푸르름을, 걷는 자체의 온전함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같이 가자. 그냥 가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