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통신문 2023-3호] 파도의 비건 실천기 (+함께해요 비건 밥상 챌린지)
Vegan Week Wave (VWW) 3 9월 한 달은 VMW(Vegan Month Wave) 파도~ 비건 위크 규칙 ~1. 매월 1~7일은 비건식.2. 직장에서 나오는 식사는 그냥 먹기. 어차피 버리면 쓰레기가 된다. 일이 익숙해지고 여력이 되면 도시락을 싸가기!3. 너무 엄격하거나 자책하지 않기. 느슨하더라도 오래오래! 그렇게 점차 레벨업하기!4. 굶지 말고, 대충 때우지 말고, 웬만하면 직접 해 먹기. 출처: 광주여성민우회 [2023-1호 민우통신문] VEGANWEEK WAVE(VWW) 스스로와의 약속이 무색하게 시간이 흐를수록 의지는 흐려졌다. 온갖 핑계로 일주일은커녕, 한 달을 통째로 미루기도 했다. 행하지도 않으면서 입만 살아서는, 못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거다.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리다 불끈! 주먹을 쥐었다. “나 9월 한 달은 무조건 비건 한다! 점심도 도시락 싸 들고 다닐 거다!!” 그렇게 직장에 9월 급식 해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채식에 관심이 있어서 하는 건데, 사유서에는 뭐라고 작성해야 하나요?” 묻자 “식이조절이라고 쓰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9월 한 달 비건 도전기가 시작됐다. 대외적으로는 ‘식이조절’의 타이틀을 걸고. 1.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모다 세모. 2주간은 도시락 반찬도 열심히 만들고, 비건 식당과 카페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당이 떨어지면 초콜릿 대신 아메리카노를 들이부었다. 매일의 식단 기록을 SNS에도 열심히 찍어 올렸다. 요리도, 기록도 즐거웠다. 하지만 3주 차에 접어들자 조금씩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친구와의 약속, 가족 여행이 더해지자 의지가 더 깎였다. 스스로와 타협하며 “한 달 비건!!! 우오!!”는 월 말쯤 “하루 한 끼 비건!☆”으로 변모했다. 그렇게 총평은 세모로 마무리한다…. 2. 도시락 싸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직장에 도시락을 들고 출근하는 짝꿍을 보며 ‘짝꿍도 하는데 나도 하지! 그냥 집에 있는 밑반찬 담아가면 되잖아?’ 생각했으나, 도시락 싸기는 생각보다 더 귀찮은 일이었다. 미리 밥을 짓고 반찬을 담아 놔야 아침에 챙겨갈 수 있으며, 전날 늦게 귀가하거나 몸이 아프거나 변수가 생기면 밥을 못 챙기는 사태가 일어났다. 매일 달라지는 급식을 먹는 즐거움이 줄어든 것도 어려움이었다. (그러니 어서 채식 급식해주세요. 가능하면 비건으로….) 3. 너 그거 다 고기 안 먹어서 그런 거다. “이제 그럼 외식할 때 뭐 먹지? 단백질 부족하면 어떻게 해? 급식은 먹는 게 낫지 않겠어?” 한 달 비건을 하겠다는 나의 다짐에 나보다 짝꿍이 걱정이 컸던 것 같다.심지어는 “냄새 때문에 먹고 싶으면 어떻게 하냐”며 동물성 식품을 먹기를 주저하거나, 함께 비건식을 했다. 나는 짝꿍에게 먹고 싶으면 먹으라고, 나는 딱히 먹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짝꿍은 믿지 않았다. (...)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일주일 정도 몸이 아프고 안 좋았는데 주변에서는 육류를 통한 단백질 섭취 부족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모든 반응이 비건 룸메이트와 함께 살 때 주변인들과 내가 했던 질문과 똑같았다. ‘궁금해요. 비건 FAQ 100’를 만들어 수록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4. 그럼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 “네가 그런다고 세상 안 바뀌어”, “너만 힘드니까 지금 화내지 말고 나중에 정치인 돼서 그때 얘기해”, “너 힘들까 봐. 너 화나고 힘드니까. 그러니까 지금 너무 생각하지 말라는 거지.” 2015년. 처음 페미니즘을 접하며 세상의 가부장제와 성차별에 분노하던 내게 주변은 이렇게 말했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일주일 비건은 적당히 약속을 미루고, 크게 티 나지 않게 지낼 수 있었는데 한 달을 하고 도시락을 싸기 시작하니 이젠 티 안 나게 넘어갈 수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채식하려 한다’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 한다’고 생각해 밥상 청문회를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렇게 많이 먹어서 다이어트가 되겠어?”, “너 갑자기 왜 비건 해?”라는 질문은 나를 긴장하게 했다. 하지만 지난 8년간 분위기가 변한 걸까? 기후위기와 공장식 축산의 탄소 배출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고, “다이어트 때문이면 놀리려 했는데 신념 때문이면 뭐라 하지 않을게.”라고 마무리되었다. 물론 나의 비건 도전이 기후위기 때문만도 아니고, 신념이 아니라 다이어트 때문이어도 남의 식생활에 대해 왈가왈부하거나 놀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하지만, 과거 ‘날 생각해서 하는’ 말들을 생각하면 진일보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중에는 얘가 대나무 칫솔도 쓰고 분리배출도 열심히 하고 얼마나 환경에 관심이 많은지 애써 부연하는 친구도, 나를 위해 함께 샐러드 가게나, 다른 비건 식당에서 같이 저녁 먹자는 친구도 있었다. 9월이 막바지로 다가갈 때쯤, 사내 메시지가 왔다. - 10월에는 급식하실 건가요? 적지 않은 고민 끝에, 급식 해지 신청서를 다시 작성해 들고 갔다. 기간은 올해 말까지, 사유는 ‘비건 지향’을 적어서. 여전히 완벽하지 않고, 도시락을 못 싸서 탕비실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날도, 논비건 음식을 먹는 날도 있지만 계속해 볼 수 있지 않겠어? 하다못해 하루 한 끼라도. 그렇게 하다 보면 “너의 신념이면 건드리지 않겠다.”라던 친구 중 한 명쯤은 “같이 비건 식당, 비건 술집 가자”라고 이야기하고, 그중 한 명은 비건에 관심을 두게 되지 않을까? 몇 년 전 비건 룸메이트에게 “나 때문에 고기 먹고 싶으면 어떻게 해?”라고 질문하던 나처럼. ... 그래서! 함께 해요 비건 밥상 챌린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한 달에 일주일, 하루 한 끼라도 비건식을 실천하며 나의 노하우나 레시피, 식탁을 자랑해 주세요!공유된 레시피 또는 사진은 겨울, VWW에 소개됩니다! (참여 링크: https://padlet.com/PaDo_/VW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