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소식지
[민우통신문 2024-2호] 다양한가족구성권 인터뷰_고양이와 함께함을 선택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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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작성일
-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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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사진 순서대로 고양이 소개 : 동수 - 나쵸 - 꼬미와 달밤 - 설이
인터뷰어 : 젬마,햇살 / 인터뷰 정리 : 무도
#인터뷰이 소개_입양 순
수수 : 동수 / 남자 / 2012년 2월생 추정 / 2012년 7월 6일 입양 / 젖소 무늬_흰 바탕에 검은 무늬, 초록색 눈 / 사람을 굉장히 좋아하고 다른 고양이도 좋아함
살사 : 나쵸 / 여자 / 모름 / 2019년 1월 6일 입양 / 삼색이
원더 : 1. 달밤 / 2020년 8월 15일 입양 / 어두운 잿빛 털에 약간의 하얀 줄무늬가 있고 눈이 초록색_카오스
2. 꼬미 / 2021년 5월 23일 입양 / 치즈냥 / 아주 개구짐
콩이 : 설이 / 남자 / 1,168일 / 2021년 5월 하순 입양 / 꼬리 부분만 까맣고 머리 부분에만 무늬. 목에 점 하나 딱 찍히고 거의 하얌_젖소냥
#첫 만남의 순간
수수(동수) : 도시형 대안학교 오름에 무단침입한 아기 고양이를 내보내기 어려웠던 선생님인 지인의 전화를 받고 학교로 보러 갔었어요. 너무 작고 말라서 갈비뼈가 보였는데 제 무릎 위에서 잠든 모습이 예뻐서 반해버렸죠. 이동장이 없어 보자기에 싸 들고 왔는데 그 보자기 버린 게 이렇게 안타까울 줄이야.
콩이(설이) : 수수가 인스타그램에 고양이 임보 중이라고 ‘콩이’랑 ‘설이’라는 남매 고양이 사진을 올렸어요. 자동차 보닛 위에서 눈도 못 뜬 채 발견되었다는 사연부터 마음이 쓰여서 계속 소식을 전해보다가 콩이 뒤에 흐릿하게 나온 설이를 본 순간 이 녀석이구나 싶었어요.
원더(달밤&꼬미) : 코로나블루를 겪던 큰아이가 아파트 단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양이(달밤)에게 밥을 챙겨주면서 하루하루 생기를 되찾아가는 것을 보고 저도 몇 번 따라가 아이를 만나게 되었고 정이 들게 됐어요. 그해 며칠 동안 도로가 잠길 정도의 큰비가 내리고 그사이 아이가 잘못될까 봐 ‘살아만 있으면 데리고 온다.’라고 결심하곤 바로 데려왔어요.
꼬미는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한 당시,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기 고양이였어요. 방치된 지 꽤 돼서 바로 병원에 갔더니 폐렴, 칼리지(고양이에게 호흡기 감염과 구강질환을 일으키는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에 걸려있는 상태였어요. 완치가 어렵다는 것도 알았고, 달밤이도 있어서 임보(임시보호,이하 임보)하려 했지만, 이내 정이 들어버렸고 누군가를 믿고 아이를 보낼 수가 없어서 가족으로 입양하게 되었어요.
살사(나쵸) : 번아웃에 일을 그만두고 다시 광주로 1년 만에 돌아온 날, 편의점 앞에서 마주친 길냥이가(지금의 나쵸) 제 다리 사이에 몸을 비비는 순간 바로 반해버렸어요. 당시 모든 것에 지쳐있던 저는 이 애교쟁이 길냥이와 거의 매일 함께 놀았는데요. 알고 보니 이미 여러 사람에게 챙김을 받고 있었고, 당시 빈번했던 길고양이 학대 대상이 될까 봐 걱정되었어요. 어느 날 엄청 큰 들개가 나쵸를 쳐다보는데 해치진 않을까 걱정됐고(평범한 눈빛이었을 수도!) 보호소에서 입양을 고려 중이던 저는 나쵸를 데려오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서로가 함께할 결심_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순간
살사(나쵸) : 마음이 쌍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건, 제가 집에 들어갈라치면 꼭 문 앞에서 벌러덩 눕는다거나, 들어가도 문 앞에서 몇 분이고 그대로 앉아있었어요. 처음 집으로 데려온 날 이동장에도 쏙 들어갔고, 10분 정도 울고는 따뜻한 실내에 녹아내려 그날부터 저랑 침대에서 함께 잤어요. 적응이 필요 없을 정도였어요.
수수(동수) : 대학교 기숙사 살 때라 데려올 상황은 아니었지만, 생후 6개월인데 2개월 몸무게밖에 안 됐는데 깨끗해서 유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 무릎 위에서 잠자는 모습에 일단 반해버렸던 것도 있고요. 동아리 구성원들이 제가 방을 구하는 동안 동수가 동아리방에서 지낼 수 있게 양해해 준 덕분에 함께 하게 됐어요. 중성화 수술하고 마취가 덜 풀려 비틀비틀하면서도 제가 없으면 불안해서 울고 화장실까지 비틀거리며 쫓아오는 모습을 보고 저만 얘를 좋아하거나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얘도 저를 보호자나 같이 사는 사람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걸 아주 많이 느꼈어요.
원더(달밤&꼬미) : 데려오기 전에 이미 모든 가족이 알레르기 검사를 했고 달밤이는 데려올 당시 배가 불룩해서 임신냥인줄 알았어요. 새끼를 낳더라도 돌봐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데려와서 병원에서 검사했는데 임신이 아니라 자궁축농증으로 자궁 안에 농이 가득한 상태였어요. 아마 저희가 데려오지 않았으면 밖에서 얼마 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꼬미도 선택의 여지 없이 엄마에게 버림받은 앙상한 생명이어서 둘 다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데려왔구요. 특히 지금의 꼬미는 저를 엄마처럼 느끼는 것 같아요. 이 아이는 정말 우리를 본인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싶은 순간들이 많아요.
콩이(설이) : 입양을 한다면 성묘를 입양해야지 생각하고 있었으나 묘연으로 설이를 만나게 됐는데 그 시점이 애인이랑 헤어지고, 그 애인의 고양이 중 저를 유난히 따르던 아이가 죽었을 즈음이었어요. 설이 온 지 딱 3일 만에 죽었다고 장례식장에 간다는 연락을 받았고, 가서 주인보다 제가 훨씬 서럽게 울었어요. 2년간 정든 고양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애인과도 헤어졌고 저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 복잡한 마음으로 설이와의 삶을 시작했죠.
#인간 가족들의 반응
콩이(설이): 타지에 혼자 사는 딸내미가 늘 밥이라도 제대로 먹었을까 안쓰러워했던 부모님은 고양이 입양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할 거냐며 걱정이 많으셨는데 작년 연수휴가 때 큰마음 먹고 부모님 집에 설이랑 같이 가서 같이 놀고, 자고 유대작용 하는 모습을 보시더니 안심하시더라고요. 이제는 확실히 인간 가족은 아니라도 딸에게 가족이 생겼다는 것에 안심하고 환영해주시고 계셔요.
원더(달밤&꼬미) : 털 달린 짐승과 어찌 실내에서 함께 사느냐 칠색 팔색하던 파트너가 가장 걱정이었는데 그도 아버지였던 거죠. 아이의 코로나 블루에는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다만, 본인이 알레르기가 있다고 끝까지 찬성표를 던지진 않았어요. (실제, 파양하는 사례 중에 입양 후 고양이 알레르기가 생겼다는 이유가 많음) 그러나 가족들의 알레르기 검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제일 큰 산인 파트너의 반대를 넘어섰고, 지금은 그분이 새벽부터 일어나 아가들 밥도 주고 엉덩이도 팡팡해주고 빗질도 하면서 모든 수발을 다 하고 있어요. 아이들 어릴 때 제가 독박육아하던 걸 지금 파트너가 독박육묘하는 모습을 보며 어느 정도 보상이 되는 것 같아요.
수수 : 데려올 때만 천사 같았고 그 뒤로 어마어마하게 물어대던 동수를 원 가족이 무척 싫어했지만, 지금은 장기여행 갈 때 딴 사람에게 맡기려고 해도 맡아줄 테니 데려오라시며 약까지 다 먹여주세요. 외할머니는 제가 임보하는 모습을 보고 고생이 많다고 토닥여주실 정도로 많이 바뀌셨고, 함께 사는 파트너도 과격한 애정표현을 한다거나 아이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지금은 빗질을 받고 싶으면 파트너에게만 갈 정도예요. 원 가족이나 파트너는 사람 키우는 거랑 똑같은데 평생 자라지 않는 아이 같다고 느끼니까 동수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기는 하죠.
살사(나쵸) : 엄마가 노발대발해서 1년 정도는 싸웠어요. 그러다 부모님 사시는 시골에 온통 흰색 털에 하늘색 눈을 가진 고양이(흰둥이)가 나타나 마음의 문을 활짝 여시면서, 꿈속에서 흰둥이가 없어져도 울 정도로 진정한 가족이 되어버렸달까. 흰둥이 오기 전까지는 제가 집을 며칠 비워야 하니 나쵸를 봐달라면 그냥 밖에다 보내 주라고 했었는데 말이죠. 아빠는 흰둥이가 오기 전부터 엄마 몰래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답니다.
#우리는 가족
살사(나쵸) : 1인 가구로 혼자 오래 살았어요. 1인 1묘 가구로 살면서도 힘든 일이 많았지만 나쵸가 없었다면 정말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무리 힘들어도 나쵸를 먹이고 책임지려면 제가 계속 일을 해야 하고, 살아있어야 한다고 마음을 억지로라도 다잡게 돼요. 만약 나쵸가 없었다면 다 그만두고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 버리는 선택을 했을 것 같아 너무나 고맙고 특별하게 생각해요.
수수(동수) : 살사 말대로 저의 우울함이나 힘듦에도 불구하고 책임져야 하는 존재가 있고 그 존재로 인해서 어쨌든 최소한의 삶을 살아야 하니까. 제가 밥을 안 먹어도 얘 밥을 먹이려면 저는 침대에서 일단 일어나서 챙겨줘야 하고 화장실을 가야 하고 물을 줘야 하는데 그게 어떤 지표처럼 작용해요. ‘내가 얘를 보살피지 못하는 상황이면 이거 진짜 심각한 거야! 너는 도움을 누군가한테 요청하든 병원을 가든 뭔가를 해야 해, 이것까지 무너지는 거면 내가 정말 위급한 거구나!’라는 게 어떤 사인이나 지표가 되어줘요. 또 동수를 통해 제가 돌봄을 경험하고 귀함을 알게 됐다는 것도 고마워요. 돌봄이라는 것이 일방적인 게 아니라 상호적이라는 걸 동수에게 얻었고 배웠고 동수의 학대 경험을 미루어 다른 고양이 임시보호나 동물보호소 봉사도 하게 되면서 인식의 지평이 넓어졌어요.
원더(달밤&꼬미) : 밤늦게 일을 할 때 꼬미는 노트북 옆에, 달밤이는 의자 밑에 이렇게 있는데. 되게 일하기 싫고 피곤하고 그럴 때도 얘네들이 같이 있어 주는 게 힘이 되고 어떨 때는 사람 가족보다 고양이 가족들한테 받는 위로가 더 진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콩이(설이) : 살사처럼 저 역시 1인 가구로 오래 혼자 살아서 캄캄한 집에 들어가 불을 딱 켜는 순간 찾아오는 외로움이라거나 새벽 3시 혼자서 깼을 때의 적막함이 우주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설이랑 함께 살면서 ‘삐삐삐삐’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면 저기서부터 제게로 볼꽝볼꽝 오며 맞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되게 든든하고 좋은 것 같고 새벽에 깨서 저한테 궁둥이를 붙이고 엄청 깊이 잠든 모습을 보는 순간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도 좋아요. 딱 어떤 순간이 아니라 그냥 일상에서 느껴지는 평안함이 있어요.
#기쁨과 슬픔의 순간들
콩이(설이) : 설이가 처음 와서 구토했을 때 누가 이렇게 아픈 걸 보살펴본 적도 없고 쬐그만 아이가 캑캑거리는 걸 어찌할지 몰라 무서웠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어떤 조치를 잘못해줘서 잘못될까 봐. 쿨럭하는 것도 무서운 걸 보고 양육자들이 느끼는 아이가 아플 때 대신 아파주고 싶은 마음을 느낀다는데 그게 이런 마음일까 싶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 앞에 앉아있는 수수에게 전화해서 우리 설이 어떡하냐며 막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살사(나쵸) : 저는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에너지를 많이 받는데 밥 달라고 나쵸가 제게 다가오고 저는 나쵸를 쓰다듬어 주는 상호작용의 순간들이 관계를 맺는 순간들이라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힘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수수(동수) : 동수 어릴 때 맨날 물고 깨워서 정말 내다 버리고 싶은 마음이 솔직히 있었는데 엄청 더운 날 자고 있을 때 맞은편에 동수가 누워서 숨을 쉬는 숨결이 제 뺨에 딱 느껴지던 순간은 진짜 잊히지 않는 행복한 순간이었고요. 슬픈 건 동수 데려온 지 얼마 안 돼서부터 얘가 죽으면 얼마나 슬플까 생각하면서 그때부터 울었어요.
원더(달밤&꼬미) : 저는 사실 돌봐야 하는 인간 자녀들이 있잖아요. 아이가 둘이나 되니까 실은 달밤이나 꼬미가 우선순위가 안될 때도 있어요. 오히려 그들한테 제가 우선순위가 되는 순간들이 더 많은 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제가 고양이랑 살고부터는 한 번도 새벽에 안 깬 적이 없어요. 겨울에는 다리 사이에 이렇게 들어와서 자기 때문에 자세가 비틀려 있거나 발에 차이거나 하거든요. 그러니 항상 깨요. 그런데 그때마다 그 아이의 체온과 존재가 느껴지는 게 안심돼요. 더운 여름에도 살 어디 한 군데 앞발 하나 뒷발 하나라도 꼭 이렇게 붙이고 잘 때 그런 순간들이 좋아요.
#필요한 제도
콩이(설이) : 작년에 전국적으로 새벽에 재난문자가 온 날, 다른 지역 소식이구나 하고 지나치다가 혹시나 하고 대피소를 찾아봤더니 동물이랑 같이 갈 수 없었어요. 설령 이동장을 들고 간다고 해도 사람들이 그걸 받아줄까 싶고 모든 것들이 인간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어요. 이 아이는 내 가족이라 문제가 생겨도 이 아이를 버리고 갈 수 없는데 그런 상황이 오면 어쩌지? 요즘 계속 재난 상황들이 닥쳐오니까 거기에 대한 불안이 있어요.
수수(동수):제도적으로 변해야 하는 건 첫째 일단 안 팔아야 해요. 사지 말랄 수는 없으니까. 여기는 다 입양을 했지만 사실 되게 많이 사고, 품종묘를 사는 사람들은 예쁜 고양이를 사거든요. 그러면 이 예쁜 고양이를 만들기 위해서 강제적으로 임신시키고 더는 새끼 낳을 수 없으면 버려지고, 임의로 죽이고. 무조건 동물은 팔지 않게 해야 해요.
또 동물에 대한 의료보장 시스템이 체계화되면 좋겠어요. 이 동물들이 어떤 병에 어떤 처치를 하고 하는 것들이 잘 체계화되면 좋겠어요. 이런 게 안 되어 있으니까 과잉진료도 엄청 많고 보호자들은 모르니까 사기일 수도 있는데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의료비도 부담이에요. 동수 작년에 입원해서 일주일 입원비만 100만 원 나왔어요. 검사비, 이런 거 빼고. 활동가 급여라는 게 되게 적은데 얼마나 얘를 입원시켜야 하나 싶고.
동수는 나이가 많아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공인된 장례업체도 얼마 없고 지금은 아이들이 물건이기 때문에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화장이라도 시켜서 묻어주고 싶어도 한꺼번에 화장해버린다거나 단독으로 장례도 하고 화장하고 싶어도 막 섞어버린다거나 유골을 아무 유골 막 주고 이런 게 많이 적발돼요. 동물의 사체 관련해서도 인간의 제도나 법처럼 엄격하게 바뀌었으면 해요.
살사(나쵸) : 저도 수수 얘기에 덧붙이고 싶은 게 파는 걸 금지해야 하니까 동물들에 대해 정확하게 펫샵, 뜬 장(공중설치 사육장) 같은 무분별한 것들을 제한하면 좋겠어요. 펫샵에서 파는 작고 예쁜 강아지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그 엄마들이 어떻게 되는지 사람들이 제발 알면 좋겠어요. 이 엄마들은 평생 태어나서 애만 계속 뺀다고 하잖아요. 낳는 게 아니라 커터칼 같은 거로 제왕절개하고 애를 빼고 적절한 조치도 못 받고, 쓸모없어지면 안락사당하는 실정이잖아요. 정말 반려 가족을 맞이하고 싶다면 미리 많은 정보를 찾아보시기를 권하고 싶고요.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으면 해요. 예전에는 개인이 키우던 동물을 사유재산이라고 해서 500만 원 이하 과태료 정도만 부과됐는데 요즘은 하도 문제가 많으니까 강화됐다곤 해도 여전히 많이 봐주고 있고, 동물 학대 한 사람들이 다시 입양 못 하게 동물입양 허가를 꼼꼼하게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면 좋겠어요.
하나 더 하고 싶은 말은 제가 민우회 인턴으로 처음 들어왔을 때 나쵸가 아파서 수술했어야 했는데 ‘가족 돌봄 휴가’를 쓰라고 해서 며칠간 쉬면서 나쵸를 돌볼 수 있었거든요. 가족 돌봄 휴가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는데 나쵸를 제 가족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주 뭉클하고 좋았어요. 민우회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내규나 시 조례에 반영해서 반려 가족까지도 가족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그 밖에…
원더(달밤&꼬미) : 입양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거. 달밤이 데려오고도 만 4년이 지났지만, 저랑 파트너랑 한 번씩 싸움이 되는 원인에 고양이들이 있었어요. 깔끔한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동물 가족이 함께 사는 게 정말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거든요. 사시사철 떨어지는 털도 그렇지만 아무리 사막화 방지 매트를 깔아도 두 마리가 있다 보니까 진짜 온 집안에 모래들이 있어요. 매일 퇴근해서 청소하는 게 본인(파트너)한테는 그냥 무던하게 할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정말 너무너무 힘들 때도 있나 봐요. 가족 구성원이 여러 명일 때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입양을 결정하지 못할 수가 있어요. 누군가는 다른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기 때문에요.
또 달밤이의 경우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데려왔을 때 많게는 5살 봤거든요. 지금 이제 9살 정도 된 건데 올해부턴 달밤이 아플까 봐 덜컥 겁이 났어요. 아픈 고양이를 또 많이 또 버리기도 하거든요. 저는 달밤이도 누군가 키우다가 버려진 것 같아요. 처음 올 때부터 여러 질병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혹시나 이 통신문을 보고 고양이 입양을 또 덜컥하시게 될까 봐 입양은 정말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콩이(설이) : 원더가 입양이 쉬운 건 아니라는 말이 맞기는 하지만 저도 설이랑 같이 살면서 여행을 가기도 어렵고 뭔가 제 삶에 제한되는 게 있구나라고 생각한 때가 있었거든요.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그냥 설이와의 삶을 선택했어요. 이 안에서 내 삶을 다시 재구성해 가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명 책임이 따르고 병원비 문제 등 경제적인 어려움도 존재하겠지만 나와는 완전 다른 존재와 살기로 선택한 이상, 나란 존재도 달라져야 할 테고 그 안에서 제 삶이 확장되는 거로 생각해요.
살사(나쵸) : 처음에 나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는 주변에 동물보호소 가서 입양하라는 홍보를 많이 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누가 동물들이랑 같이 살고 싶다고 하면
“아니! 엄청나게 고민을 많이 해 봐! 이거저거 다 찾아봐야 해! 이거 쉬운 거 아니야.”
하면서 내가 했던 예상들보다 현실은 훨씬 다르다고 얘기하게 됐어요. 입양 전과 후의 삶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아주아주 달라진다는 것. 정말 내 이전의 삶과는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니 사전 준비를 엄청나게 했으면 좋겠어요.
보호자인 내가 반려동물을 교육해야 하는데 쉽게 생각하고 데려왔다가 강아지가 애교를 안 부리네, 실내 배변을 못 하네 하면서 쉽게 파양해버리는 분들한테 반려동물이든 인간이든 같이 사는 건 크게 다를 것 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수수(동수) : 한 10년 전에는 동물 얘기하면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데 무슨 동물이야 그런 얘기를 온갖 사람들이 다 했거든요. 시민사회에서 운동하신다는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하고. 지금은 여전히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하지만 저는 이제는 동물의 법적 지위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구에 인간만 사는 것이 아니고 지구가 인간 것이 아니고 같이 사는 존재들을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 인간은 그렇다면 그 존재들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반려동물과 관련해서 어떤 사람들은 인간이 좋아서 동물이랑 사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서로의 시작이 어떻든 현재는 우리가 서로의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그렇게 여긴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다고 했을 때 우리는 동물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현재는 물건처럼 되어 있으니까. 단순히 어떤 물건, 물성을 가진 존재들이 아닌데. 핸드폰도 물건인데 살아있는 것만 다른가? 지금은 기계적으로 혹은 그렇게 바라보는 인식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는 거. 사실은 그 동물들을 돌보는 게 또 사람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동물 문제가 동물 문제만이 아니고 그 안에 있는 동물을 인간 중심적으로 해석하더라도 그 안에는 동물을 가엽게 여기고 안타깝게 여기고 사랑해서 이를테면 일본에서 후쿠시마 터지고 나서도 거기 놔둔 우리 강아지를 보러 매일 거기 가는 사람이 있었단 말이에요. 사실 동물 문제는 동물 문제고 인간 문제는 인간 문제가 아니라 되게 많이 얽혀 있는 문제라서 그렇게 생각하면 똑떨어진 문제가 아니죠. 그래서 인간을 중심으로 놓고 보더라도 동물 문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되게 설득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콩이(설이) :근데 그거 있지 않아요? 저는 설이를 '고양이'라고 부를 때가 가끔 이상할 때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설이는 나한테 그냥 설인 거야. 그냥 그 고유한 어떤 존재예요. 고양이 종이지만 얘는 나랑 그냥 엄청 개별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 '고양이' 이렇게 할 때 약간 낯선 게 좀 있어요. 뭔가 다른 좀 느낌이 있어. 아까 수수가 얘기한 대로 설이도 나에게 이렇게 각별하고 특별한데 각기 있는 동물들에 대해서 달리 좀 생각해 보게 되고 이러는 게 있는 것 같고.
수수(동수) : 예를 들면 동물보호소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동물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호소에 시설이 나쁘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되게 나쁜 환경에서 일하는 거라서 보호소가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그 안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거기서 일해야 하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어요. 항상 동물 문제, 인간관계 이렇게 따로 있는 것처럼 많이 얘기해서.
콩이(설이) : 인간도 동물이니까 모든 동물의 문제지.
+ 담당자는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추가로 받던 중 '나의 고양이에게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짧은 글을 받아보았습니다. <나의 고양이에게>를 끝으로 마치겠습니다.
#나의 고양이에게
나의 보일러♡꼬미와 달밤에게..
삼복더위에도 꿋꿋이 엄마와 꼬옥 붙어 자는 꼬미와 달밤아... 너희들만 행복하다면야...아니야 실은 엄마도 덕분에 마음이 퐁신퐁신하단다♥
동수야, 너를 만나고 나는 정말 많이 성장한 것 같아. 네가 처음이라 서툴렀던 것도, 바쁘다고 잘 놀아주지 못한 것도, 그리고 그냥 모든 것이 다 미안하고, 그보다 더 많이 고맙고, 매일 새롭게 사랑해.
나쵸야, 너를 돌보며 나를 돌볼 수 있었어.
역시 고양이는 세상을 구한다니까 ! 냥냥냥
설군...언니야. 너가 나를 하도 물어싸서 내 몸에 흉터가 한가득이지만 너와 함께 하기로 한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었던 거 같아. 나의 사랑하는 짱꾸 설군. 오래 함께 하자!!